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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만리 제주밭담
한·중·일 협력 한 목소리… 세계농업유산 등재 발판 기대
[흑룡만리 제주밭담](9)한·중·일 워크숍 총평과 과제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13. 09.04. 00:00:00

▲워크숍에 참석한 일본 유엔대학의 타케우치 가즈히코 등 세계농업유산 등재 심의위원들이 제주 밭담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강경민기자

중국과 일본 등재 과정 노하우 공유 계기
밭담 등재 위한 인적네트워크 구축하기도
정부 역할 등 뒷받침되면 연내 등재 가능

제주밭담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초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데 이어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위해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 제주자치도와 정부는 밭담을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시스템(GIAHS·이하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농업유산 보존·관리 및 연계 협력을 위한 한·중·일 워크숍'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마련됐다.

한·중·일 워크숍을 개최한 데는 제주자치도의 전략이 숨어 있다. 지역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농업유산 관계자들과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밭담의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조속히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워크숍 개최는 제주자치도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제주도 세계농업유산등재 T/F팀은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농업유산국제회의 한·중·일 워크숍에 참석해 차기 행사를 제주에서 치를 것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한·중·일 워크숍 어떤 내용 오갔나

이번 워크숍에는 농업유산 관련 세계적인 석학들이 함께 했다. 일본 유엔대학의 타케우치 가즈히코 상급 부학장을 비롯해 유엔대학의 리앙 교수, 중국과학원 지리과학자원연구소의 민칭원 박사 등 세계농업유산 등재 심의위원들이 참가했다. 제주밭담의 세계농업유산 등재 심의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라 국제 전문가들과의 인적네트워크 구축에 관심이 쏠렸다.

이 중 단연 주목을 끈 건 타케우치 가즈히코 동경대 교수. 그는 현재 유엔대학 상급 부학장이자 평화연구소장을 겸임하면서 세계농업유산 등재 심의위원으로서 국제적으로 전문성과 인지도,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타케우치 교수는 '전통적 농업과 세계중요농업유산시스템(GIAHS)의 발전'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발표에서 세계농업유산과 관련해 한·중·일 3개국의 연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GIAHS에서 아시아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자연환경 및 공통된 농업기원을 지닌 한·중·일 3개국 간의 긴밀한 연계가 기대된다"며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제주밭담과 청산도 구들장논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협력 방안을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세계농업유산 보유국인 중국과 일본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FAO는 지금까지 세계농업유산 25곳을 선정했는데 중국과 일본의 농업유산이 각각 8곳, 5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선 중국과학원 지리과학자연구소 허루 박사와 류모승 박사가 중국의 농업문화유산보호 사례와 방법을 설명하고, 일본의 사도·노토·아소·쿠니사키 지역 관계자들이 각 지역의 사례와 액션플랜을 발표했다. 제주밭담과 청산도(완도) 구들장논의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들 국가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강승진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수의 세계농업유산 보유국인 중국과 일본의 등재 과정 등을 벤치마킹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제주가 얻은 큰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세계농업유산의 보존·발전을 위한 한·중·일 역할론이 강조되며 교류와 협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각국 토론자들은 한 목소리로 국가 간의 네트워크 구축과 협력·교류를 바탕으로 세계농업유산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칭원 박사는 조직·활동·연구·실천의 측면에서 한·중·일 국가 간 협력 강화를 피력했다.

특히 민 박사는 활동 측면에서 연례학술대회 개최 정례화를, 연구 측면에서 농업문화유산과 보호에 관한 합동연구를 제안했다. 보호 및 실천 측면에서는 각 세계농업유산 지역 대표단을 조직하고 상호 연수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자치도와 정부가 제주밭담을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농업유산 보존·관리 및 연계 협력을 위한 한·중·일 워크숍'이 지난달 26일 제주도에서 열렸다. 농업유산 관련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한 이번 워크숍에선 세계농업유산의 발전을 위해선 한·중·일 3국이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강경민기자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위한 향후 과제

이처럼 농업유산 보존·발전을 위한 한·중·일의 연계 협력이 강조됨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밭담이 올해 안에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밭담의 등재 여부는 이르면 오는 10월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말 제주자치도가 밭담의 등재 신청서를 보완해 FAO에 전달했고, 최종적으로 등재 여부를 결정할 심의위원회의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심의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될 경우 빠르면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등재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FAO 실사단의 현지 평가에서 제주밭담이 높은 가치를 인정 받으며 연내 등재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세계중요농업유산 국제회의 참가와 한·중·일 워크숍 개최 등으로 쌓아온 인적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신청서를 보완해 나가야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승진 연구위원은 "이번 열린 한·중·일 워크숍에는 세계농업유산 심의위원과 일본과 중국의 대표자들이 참석해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며 "향후 등재 과정에서도 이러한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농업유산 등재와 밭담 보존 대책을 원활히 추진해 나가기 위해선 도민사회의 지원과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도 소홀할 수 없다. 밭담을 보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세계농업유산 지정의 의미는 경관을 단순 보존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의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FAO와 협의해 나가야 연내 등재가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제주밭담의 세계농업유산 등재 연내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필 농림식품부 장관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 38차 FAO(유엔식량농업기구) 총회에 참석해 제주밭담과 청산도 구들장 논 시스템 등 국내 주요 농업유산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등재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강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FAO와 긴밀한 협의를 이어간다면 올해 안에 등재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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