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탐방로 천천히 걸으며 만끽하는 초록의 막바지 향연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도 순식간에 저만치 물러섰다. 그리고 그 자리엔 어느새 가을이 꿰차고 앉았다. 이 즈음의 숲은 단풍이 물들기 전 막바지 초록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찾은 곳이 '한라생태숲'이다. 한라생태숲은 제주시에서 5·16도로를 타고 서귀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제주CC를 곧 지나서 만날 수 있는 숲이다. 시내에서 불과 10~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숲이 있다는 건 제주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2009년 9월 개장한 196㏊의 광활한 생태숲은 초지를 조성해 목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자연생태계 복원기법으로 복원했는데, 2000년 착공후 10년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라생태숲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만날 수 있는데, 가을색으로 변신하기 전 초록빛을 마음속에 한가득 담고파 야자 매트가 잘 깔린 탐방로를 따라걷기로 했다. 길이도 4.5㎞로 부담없이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딱 한 사람이 걸을 수 있을만큼의 폭으로 만들어진 탐방로가 길 안내자 역할을 한다. 주말에만 누릴 수 있는 꿀맛같은 늦잠도 포기한 채 나름 서둘렀다 싶었는데, 이미 반대편에서 걸어오면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탐방객들을 제법 만나게 된다. 순간 나 혼자만 부지런을 떤 게 아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발걸음을 옮겨놓는 중간중간 초가을 햇살이 숲 그늘로 파고든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없어 완만해 부담스럽지 않은 숲길을 걸으며 맑은 숲향기를 깊게 들이마시노라니 몸도 마음도 절로 맑아지는 듯하다. 2㎞쯤 걸었을까? 탐방로 사이에 놓인 나무의자가 눈에 띈다. 잠시 걸음을 멈췄다. 서두를 것 없이 잠시 쉬어가기로 작정하고 자리를 잡았다. 한 모금 들이킨 물이 꿀맛이다. 대충 봐도 다가오는 자연의 풍부함에 숲이 뭇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모으는 이유를 알겠다. 삼거리부터 탐방로는 야자 매트가 아닌 흙길로 이어진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흙길이다. 생태숲을 빙 둘러도는 탐방로를 따라 걷지 않더라도 곳곳에서 얼마든지 생태숲을 느낄 수 있다. 750여종의 식물과 500여종의 동물이 단풍나무숲·구상나무숲·벚나무숲·참꽃나무숲·산열매나무숲 등 13개 테마숲과 1곳의 암석원, 2개의 생태연못을 따라 곳곳에 숨어 있다. 이번 주말 제주는 10월 태풍 '피토'의 간접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있다고 기상청은 예보하고 있다. 태풍이 지나면 다음주말쯤부터 한라생태숲은 성미급한 나무들이 초록색에서 울긋불긋한 옷으로 하나 둘 갈아입으면서 탐방객들에게 더욱 풍부한 가을을 안겨주지 않을까?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