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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만리 제주밭담
제주밭담 원형 훼손 가속화… 한번 무너지면 회복 불능
[흑룡만리 제주밭담](11)제주밭담의 위협과 도전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입력 : 2013. 10.09. 00:00:00

▲제주 돌담은 무한한 잠재적 가치와 실질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제주 동부지역 밭담. 사진=한라일보 DB

제주전역 훼손율 평균 11% '심각'… 갈수록 빨라져
도시화·경지정리·농업형태 변화… 너무 흔해 저평가
경관직불제 도입·보전지구 지정 타당성 조사 등 제안

제주대 고성보 교수(산업응용경제학과)에 따르면 제주의 돌담(밭담)의 총길이는 3만6000여km, 밭담은 2만2000여km로 각각 추정되고 있다. 지구를 약 3바퀴(돌담), 2바퀴(밭담)를 돌 정도의 긴 길이다. 그러나 제주 돌담은 무한한 잠재적 가치와 실질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고 교수팀의 조사 결과, 급속한 도시화와 농업의 몰락, 그에 따른 농업형태의 변화 등으로 제주 밭담의 훼손율이 평균 11%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돌담의 원형이 급속도로 훼손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돌담 자체가 사라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007년 사례지역의 돌담 훼손율을 추정한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돌담 훼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교수팀은 도로에서 가시권을 중심으로 3단계(근경 100m, 중경 200m, 원경 300m)로 나누어 각 경관구역별 훼손상태를 측정했다. 측정은 한경, 성산, 신촌, 남원, 대정, 애월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특히 한경 경관구역은 2001년 100m 근경 내 밭담의 총길이가 1만2462m였지만 2005년 실측 결과, 8650m로 3000m 이상이 감소돼 4년 동안 30% 이상의 밭담이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근경, 중경, 원경 등 전체적으로 한경 경관구역은 26.2%의 매우 심각한 밭담 훼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성산은 11.2%, 신촌 3.2%, 남원 7.1%, 대정 10.85, 애월 11.6%의 훼손율을 보였다.

이들 경관구역 내 구간별 훼손 밭담의 길이와 훼손상태는 도로에 인접한 100m구간 내에서 심각했다. 도로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또한 상대적으로 개발압력도 높은 지역이라 향후 상대적으로 돌담의 훼손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농업 환경 변화와 도시화 등으로 인해 해가 다르게 밭담의 훼손율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전의 조사결과와 현재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것을 어림잡아 헤아릴 수 있다.

제주세계농업유산TF팀과 등재 신청자료에 따르면 제주밭담의 모습은 1960년대 이후 농업의 기계화와 과학영농의 도입, 그리고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재배작물과 도시화, 돌 가공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그 변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기 시작했다. 경지정리사업은 우선적으로 농기계의 사용을 위해 곡선의 돌담을 직선으로 조성했다. 또한 밭 중간 중간에 농기계가 다닐 수 있는 너비만큼의 농로를 조성함으로써 주위의 모든 경지들이 농로를 접할 수 있게 하고 필요없는 돌들과 함께 기존의 돌담을 완전히 없앴다.

고 교수팀과 한라일보가 '제주돌담의 역사·문화적 고찰과 평가시스템 구축방안'이란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도 이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고 교수는 "도시화·농업형태의 변화로 훼손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관리·보전 방안과 정책적 수단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경관보전직불제의 범위를 단순한 유채 등의 농작물에서 밭담으로 확대,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해야 된다. 지자체 차원에서 먼저 돌담 경관보전직불제를 시행하면서 중앙정부에게 50%의 자금을 요구하는 매칭 펀드(matching fund) 방식을 도입한 후 여건이 성숙되면 영국처럼 경관농작물인 경우도 경관보전직불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밭담주인이 밭담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해서 재산권 행사 권리를 일정 정도 양보할 수 있게 동기부여와 인센티브 제공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제주돌담(밭담)의 문화자원 관리 방안으로 밭 한평 사기운동,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사업과 연계, GIS를 활용한 관리시스템 구축, 향토문화예술 진흥 지원 및 향토문화관광지구 지정, 경관보전 직불제 확대, 돌담전문인 데이터 베이스 구축 등을 제시했다.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소장은 "제주의 돌담처럼 오랜 세월을 통해 축조되어 온 유산들은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시는 그 경관을 회복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동안 제주의 돌담은 너무 흔한 것이어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왔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밭담이 국가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제주밭담을 전수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 인식과 다르지 않다. 지역의 문화 자원인 밭담을 보전하기 위해선 그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돼야 하는 까닭이다.

제주대 정광중 교수는 최근 한 전문가 워크숍에서 "제주 돌담은 시간이 흐를수록 곳곳에서 해체되기 시작해 특정 마을이나 지구단위로 보면, 마치 노인들의 치아구조와 같이 군데군데 이빨 빠진 형국을 취해가고 있다"며 "현대적인 과학영농에 의존하는 강도가 강해지면서 밭담이 점차 허물어져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지역주민과 전문가 집단, 또는 다양한 채널을 통한 대화와 논의를 바탕으로 돌담 보전지구 지정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시영·강경민·김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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