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우리가 알아야 할 동물복지의 모든 것
박하재홍의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3. 11.01. 00:00:00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A4 용지만한 공간에서 밤낮없이 알만 낳다가 삶을 마감하는 암탉의 고통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 묘기를 부리는 오랑우탄·코끼리·돌고래도 즐거울까? 모피 옷을 입은 주인 품에 안겨있는 강아지는 어떤 생각을 할까?

유럽연합은 벌써 10년 전에 모든 돼지에게 장난감을 제공해야 한다는 동물복지 규정을 발표했다. 지능이 높고 활달한 성격의 돼지에게 지루함은 큰 고통이기 때문이다. 동물마다 복지의 기준은 각기 다르다. 젖소에겐 사료 대신 실컷 질겅대며 씹을 수 있는 마른풀이 필요하고, 동물원 기린에게는 높은 곳에 달아 놓은 먹이통이 필요하다. 인간의 통제를 받으며 사는 동물에게 이렇게 규칙과 제도를 정해서 최소한의 친절을 베풀자는 것이 동물복지의 요지이다.

책 1부 '농장에 있는 동물'에서는 식탁에 즐겨 오르는 돼지, 닭, 소, 우유 등 인간의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살아가는 농장동물이 사육환경을 짚어보고, 2부 '동물원의 전시동물'에서는 동물원에 갇혀 지내는 야생동물에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알아본다. 3부 '집 안의 반려동물'에서는 애완동물 산업의 성장과 부작용을 파헤치고, 4부 '보이지 않는 곳의 동물'에서는 의약품이나 화장품 실험에 사용하는 실험동물의 윤리 문제와 야생동물 로드킬 등 동물의 복지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며, 5부 '동물을 생각하는 여행하기'에서는 동물에게 도움을 주는 여행상품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저자의 경험담으로 전달한다.

포장지에 '동물복지 인증 표시'가 붙어있는 우유와 달걀,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화장품, 얼마 전 바다로 돌려보낸 돌고래 제돌이 등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동물복지란 말이 낯설지 않다. 이 책은 동물복지의 잣대를 쉽고 명확하게 제시한다. 환경과 동물에 남다른 감수성을 지닌 래퍼 박하재홍이 국내외 활동으로 얻은 경험담을 생생하게 풀어놓았다. 그 안에 지구 생태계를 공유하는 동물의 삶을 아끼고 보살필 줄 아는 선진 국민이 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상식을 꼼꼼히 담았다. 슬로비.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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