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들렀다가 우연한 기회에 접한 승마에 푹 빠져 제주에 정착한 고정씨가 1년째 말과 함께 살고 있다. 강희만기자 제주장애인재활승마봉사대 고정(37)씨는 참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때로는 승마를 배우는 교육생으로, 때로는 발달장애아들의 재활승마를 지도하는 교관으로, 또 때로는 전국대회를 누비는 승마선수로 활동한다. 이 모든 것들은 고씨가 제주에 정착한 1년 사이에 얻은 행복이다. 고씨가 제주에 빠지게 된 건 오로지 말(馬)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세미나 일정으로 제주를 찾은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승마를 접하게 됐다. "바로 이거다." 단 1시간뿐이었지만 이 경험은 그녀의 삶을 승마장으로, 또 제주로 안내했다. 처음에는 그저 잘 타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즐겨한 그녀 특유의 승부욕과 호기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마를 하면 할수록 고씨의 호기심은 말에게 향했다. 그리고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결심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제주장애인재활승마봉사대 김근수 회장을 알게 돼 봉사대의 식구가 됐다. 빼어난 승마실력은 물론 말에 대해서도 정통한 김 회장은 고씨가 '사부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믿고 따르는 스승이다. "승마를 배우기 위해 처음 제주에 왔을 땐 두 달 정도만 머물다 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말과 함께 달리다 보니 어느새 말에 푹 빠져버렸어요. 말과 사랑에 빠진 거죠."(웃음) 승마를 배운 지 10개월. 고씨는 초보티를 벗어 발달장애아들의 재활승마를 지도하는 교관이 됐다. 또 승마선수로서 전국대회 마장을 누비기도 한다. 고씨를 만난 지난 3일은 마침 1주일에 한 번씩 발달장애아들이 재활승마를 위해 제주시 도평동에 위치한 제주장애인재활승마봉사대의 마장을 찾는 날이었다. 이날은 광령초등학교의 두 학생이 교사의 손을 잡고 봉사대로 왔다. "오늘 재활승마가 어땠냐"는 질문에 한 학생이 신나서 말을 이었다. 다소 부정확한 발음에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환한 표정과 함께 "또 오고 싶다"는 한마디는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고씨 역시 재활승마는 발달장애아들의 재활치료에 더 없이 좋은 치료법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확트인 야외에서 말과 함께 교감하면서 운동을 하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절로 나와 뇌를 안마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승마봉사대 식구들, 그리고 제주마와 함께 섬 밖으로 나가 전국대회를 누빈 일도 고씨의 제주생활을 추억케 하는 순간들이다. 고씨는 제주마를 타고 전국대회를 누비면 비록 제주 출신은 아니지만 제주대표가 된 것처럼 뿌듯해진다고 한다. 덩치가 훨씬 큰 말들과 겨뤄 당당히 이기는 제주마를 보면 마음이 울컥해지기도 한다. 경기도승마축제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장마술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관중석에서 '저렇게 작은 말이 장애물은 넘을 수는 있나'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비록 체구는 작지만 다른 말보다 더 뛰어난 제주마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어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해 박수까지 받았죠." 아침부터 저녁까지 승마봉사대에서 살다시피 한다는 그녀는 앞으로도 승마봉사대와 함께 할 거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봉사대 식구들과 함께 대회에 나가 제주마의 우수성을 알리고 또 발달장애아들을 위한 재활승마봉사도 계속할 생각이에요."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