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중에서도 15~17세기에는 배를 타고 제주도를 떠나 유랑하던 제주유민(流民)이 많았다. 이들은 원주지인 제주도를 불법적으로 이탈해 전라도와 경상도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한반도 및 일부 중국의 연해지역에 거주했다. 이 책은 제주인들이 제주도를 떠나 유랑하던 역사를 고찰했다. 저자는 이들이 왜 제주도를 떠났을까, 떠난 이들은 바다에서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리고 그들의 삶이 지금의 우리에게 남기는 의미는 무엇일까 등을 고민했다. 기존의 연구는 이들의 출륙 배경으로 척박한 토지와 자연재해, 지나친 수취, 지방관과 토호의 수탈 등에 주목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은 비단 15~17세기에만 국한됐던 것이 아니라 전근대 제주사회 전체를 관통했다. 그런데도 대규모 출륙유랑은 15~17세기에만 집중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위의 요인만으로는 15~17세기 제주유민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척박한 토지와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는 조건은 오래전부터 해양교역의 장기지속 역사를 만들었다. 그 위에 목마 경제의 번성과 200년 정도 지속된 출륙유랑의 중기지속의 역사가 형성됐다. 그리고 역사 흐름의 표면에서는 우마적 사건, 출륙금지령 등의 개별 사건이 존재했다. 이때부터 제주유민은 살길을 찾아 바다로 나가 또 다른 삶의 길을 개척했다. 제주유민의 삶을 추적하며 당시 이들과 유사했던 집단, 수적과 왜구와 중국인 수적과의 관계도 살피고 있다. 출륙제주인은 중앙의 역사 중심에서는 소외되고 조명받지 못한 존재였다. 저자는 변방에서 그들의 역사를 드러냄으로써 중심 무대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타의에 의해 섬을 떠났지만 섬 안에 갇혀 체념하며 살아갔던 사람들과 달랐던 출륙제주인, 그 중세 제주의 바닷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찌감치 바다 생활에 익숙했던 제주유민이 임진왜란 때 펼친 활약상도 확인할 수 있다. 이영권 지음. 한울. 3만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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