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寺 향해 한발씩 내딛으면 '참 나'와 좀 더 가까워져 불교역사문화 체험 위해 2015년까지 6개 코스로 조성 올해 제주의 '길'로 떠나면서 든 생각은 '길'을 찾는 마음따라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올해 마지막 '길로 떠나다'지면에 담아낼 '길'을 고민하다가 몇달 전 불교순례길로 개장된 '정진의 길'이 떠올랐다. 테마가 '참 나를 찾아 떠나는 길'이라고 하니 올 한해 복잡했던 심사를 내려놓을 수 있으리라 여겨지기도 했다. 한 발 한 발 가다 보면 나를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겨울 산사를 찾아가기 위해 올라갈수록 눈쌓인 숲풍경이 장관이다. '참 나를 찾아 떠나는 길'이라는 테마를 갖고 있는 '정진의 길'은 지난 10월 개장한 순례길이다. 영실을 출발해 존자암, 하원 수로길, 무오 법정사 항일운동 기념탑, 한라산 둘레길, 시오름, 남국선원, 쌍계암 선덕사에 이른다. 한라산 허리를 걷는 순례길의 총 길이는 20㎞다. 제주의 유서깊은 사찰과 한라산 둘레길로 이어지는 불교 성지순례길인 셈이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정진의 길'에 앞서 불교 성지 순례길 2코스인 '지계의 길' 14.2㎞(제주시 관음정사∼오라선원∼오라올레∼월정사∼구암굴사∼관음사)를 지난해 개통하기도 했다. 개장 이후 2000여 명이 불자들이 순례에 동참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제주도는 앞으로 4개 코스를 추가로 개발, 2015년까지 총 6개 코스 126.4㎞의 불교성지순례길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정진의 길'은 한라산 영실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영실은 백록담과 함께 한라산에서 가장 신령스러운 곳 가운데 하나다. 영실과 이어진 불래(볼래)오름도 '부처님께서 오신다(佛來)'는 믿음에서 이름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존자암을 들러 내려오는 길 잿빛 법복을 입은 스님과 마주했다. 합장하는 스님의 모습을 뒤돌아 보니 그야말로 제대로 된 산사의 풍경이 한장의 풍경화로 다가온다. 존자암을 오르내리면서 대효스님의 '법어'를 만나게 된다. '밝음과 어두움 선과 악, 시작과 끝은 나누어지지 않고 함께 있다'를 찬찬히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법어들은 '정진의 길'을 찾은 이들에게 전하는 '말씀 선물'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존자암에 들어섰다. 흰 눈발이 흩날리는 겨울 숲길을 걷는 맛과 고즈넉한 산사를 찾는 행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불자들에게는 성지순례의 의미를, 일반인들에게는 걷는 즐거움과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순례길은 '절로 가는 길'을 모토로 삼아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지역 사찰을 둘러보며 순례하는 코스로 이뤄졌다. 존자암을 내려와 하원수로길로 향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수로는 1950년대 후반 마을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조성한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힘겹게 한라산의 물을 끌어와 만든 수로길은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하원수로길이 끝날 무렵 법정사지가 나온다. 당시 무오법정사는 항일운동의 중심지였다. 3·1운동보다 5개월 앞서 불교계가 주도한 전국최대 규모의 무장 항일운동이 무오법정사에서 시작됐다. 무오법정사 항일운동은 이후 3·1운동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항일운동이 일어나게 되는 선구적인 역할을 한 곳이다. '정진의 길'에 속해있는 남국선원은 돈내코 입구에서 4.3㎞를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길을 오르다보면 서귀포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멘트 포장이 된 작은 길이 끝나는 곳에 남국선원이 있다. 남국선원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아담하게 자리를 트고 있다. 20㎞를 걷는 것은 시·공간적 어려움이 있었던 상황. 영실에서 존자암까지, 다시 걸어내려와 무오법정사 항일 운동 기념탑, 남국선원을 둘러보고 내려왔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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