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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가난한 이들의 벗 제현우 전 구세군 사관
힘든 투병 이겨내고 제주에 새 둥지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입력 : 2013. 12.20. 00:00:00

▲평생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살아온 제현우 전 구세군사관이 힘든 병마와의 싸움을 이겨내고 제주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김명선기자

병마와 싸울 때 주변 도움으로 제2의 삶
남은 시간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최선

제주의 거리에서 항상 구세군의 자선냄비 곁을 지키고 서 있던 제현우(55) 전 구세군사관이 힘든 병마를 이겨내고 제주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틀을 다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았다.

경남 거제군이 고향인 제현우 사관이 제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부산에서 지금의 아내인 변진희(49)씨를 만나면서부터이다. 서귀포시 표선면이 고향인 변씨를 부산의 구세군교회에서 처음 만났고, 변씨가 사고로 1년간 제주에 내려와 병치레를 하는 동안 매주 편지를 써 사랑 고백(?)을 했다.

그러나 정작 아내는 52통의 편지를 보내는 동안 답장 한번 써주지 않았단다. "왜 답장을 안했냐"는 제 전 사관의 물음에 아내는 "농담을 하는 것 같아서…"라는 무뚝뚝한 대답만 돌아왔다.

제 전 사관부부는 구세군 사관이 되어 첫 부임지로 구세군제주교회를 택했다. 사관들에게 기피대상 1호였던 제주교회를 아내의 고향이라는 이유로 떠밀리다시피 발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제 전 사관이 제주에 내려온 뒤 1998년부터 거리 노숙인 30~40여명에게 주 6일 무료급식을 제공했는데 독거노인들까지 찾으면서 그 수가 점점 늘어 100여명까지 달했다. 또 푸드뱅크 사업을 통해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사업도 했는데, 1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600여 빈민가정에 기부된 식료품을 전달하는 사업을 펼쳤다. 10여명의 자원봉사자 모두가 자신들도 빈민이었지만, 나눔활동에 동참하기 위해 제 사관 부부와 뜻을 같이했고 이러한 모델을 현재까지도 다양한 복지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2001년부터는 방과후 보모의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아동·청소년을 돌보기 위한 '꿈꾸는 공부방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했다. 또 2007년부터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1318해피존 찬란한 미래지역아동센터'를 개소했다.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던 제 전 사관에게 병마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간에 이상이 생겨 이식을 받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평생 주님의 종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아내와 구세군 사관학교에 입학해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던 그에게 최대의 시련이 닥친 것이다. 여기에 간이식의 후유증으로 췌장염까지 발병했다. 평생 투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평생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살아온 제 전 사관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국적으로 퍼졌고,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와 제주참여환경연대를 중심으로 모자란 치료비 모금에 나서 1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병원비로 보탰다.

제 전 사관은 "주변의 많은 분들의 도움때문에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일일이 찾아뵙고 '감사하다', '고맙다'라는 말을 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며 "남은 시간 '사랑이 넘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라고 도움을 주신 분들의 뜻을 받들어 최선을 다해 이를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을 되찾은 제 전 사관은 지난해말 제주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펼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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