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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함께뛰자! 희망제주!]해외르포/차마고도를 가다
치명적인 아름다움 간직한 인류 역사상 最古 교역로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입력 : 2014. 01.01. 00:00:00

▲천길 낭떠러지 차마고도

차·말 거래 위해 천길 낭떠러지 길 따라 목숨건 고행
세계3대 트레킹 코스로 각광… 虎跳峽·玉龍雪山 압권
1000년 옛 건축물 간직 '古城' 세계문화유산 유명세


○…차마고도는 옛 사람들에게 치열한 삶의 현장이고, 고통과 인내의 길이었을 것이다. 이 곳에서 적어도 과거를 더듬어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 옛날 낭떠러지 길을 따라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교역하던 상업집단 마방 대신 이젠 힐링(치유)을 위해 길을 떠나는 관광객과 트레커가 차마고도의 고객이 됐다. 한라일보는 새해를 앞둬 차마고도와 히말라야산맥의 끝자락을 찾았다.…○

실크로드보다 먼저 생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역로. 차마고도(茶馬古道). 글자 그대로 차(茶)와 말을 교역하던 중국의 높고 험준한 옛길이다. 윈난성(雲南省) 등 중국 서남부의 푸얼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기 위해 만들고 넘나들었던 교역로다. 티베트를 넘어 네팔·인도까지 이어지는 육상 무역로였다. 이 길을 따라 교역에 나선 상인 조직이 마방이다. 마방들은 차나 말 외에 소금과 약재 등 다양한 물품들을 실어 날랐다. 티베트 불교가 전래된 것도 바로 이 길을 통해서였다.

차마고도의 관문은 중국 서남부의 리장(麗江)이다. 리장은 20여개에 이르는 소수민족의 전시장 같은 곳이다. 차마고도와 세계문화유산의 유명세를 타고 연간 국내외 관광객이 1000만명에 이른다. 리장에서 차마고도의 후타오샤(호도협, 虎跳峽)까지는 약 100㎞, 버스로 2시간 30분쯤 걸린다. 후타오샤는 뉴질랜드의 밀포드 사운드 트레일과 페루 마추픽추의 잉카트레일과 함께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사냥꾼에게 쫓기던 호랑이가 건너뛰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호도협이다. 길이 20㎞, 높이 2㎞의 거대한 협곡이다. 후타오샤 트레킹은 최소한 1박2일은 잡아야 한다.

여행객들은 위룽쉐산(玉龍雪山·5596m)과 하바쉐산(哈巴雪山·5396m) 사이의 협곡인 후타오샤의 좁디좁은 험한 길 위에서 트레킹에 도전한다. 차마고도는 후타오샤의 거친 산자락 사이를 지난다. 후타오샤를 관통하는 물줄기는 장쾌하게 흐르는 진샤강이다.

트레킹 입장료는 1인당 65위안(1만3000원). 트레킹은 한라산 높이와 정확히 일치하는 해발 1950m에서 시작된다. 길은 험하고 좁다. 여행 마니아들은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길"이라고 했다. 옛 사람들은 이 길을 교역로로 삼아 차와 말을 거래했다. 마방들은 이젠 교역품 대신 지친 여행객과 짐을 실어 나른다. 여행객들의 쉼터인 객잔을 지나 '28벤드'로 올라서면 경사가 급해진다. 28구비의 깎아지른 절벽길이다. 2시간여를 힘겹게 올라 해발 2700m에 이르러서야'28벤드'는 끝난다. 말은 이곳까지만 올라오고 트레커들은 이제 완만한 산길을 내려간다.

이 곳에 서면 만년설에 덮힌 위룽쉐산이 위용을 드러낸다. 위룽쉐산은 여태 단 한 차례도 인간에게 정상을 내주지 않은 산이다. 용이 꿈틀대는 듯해서 '옥룡설산'이다. 산은 하나가 아니다. 5000m 넘는 고봉만 13개, 72개에 이르는 4000m급의 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위룽쉐산 트레킹은 차마고도와 함께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다. 산 중턱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 있다. 길 아래 협곡의 폭도 차마고도와 다르지 않게 보인다. 사진으로는 도무지 이 장대한 풍광을 담아낼 길이 없다.

여행객이 머물 숙소는 차마객잔이다. 민박과 같은 곳이다. 이곳의 고도도 2300m나 된다. 객잔의 밤과 새벽은 말 그대로 별이 쏟아지는 풍경이다. 주민들은 산자락에 계단식 밭을 일궈 옥수수와 양식을 심고 수확한다.

차마고도의 풍경은 어디서나 가슴 벅찰 정도이지만 진수는 차마객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산굽이에서 마주한 풍경일 것이다. 길은 더욱 좁아지고 협곡은 천길 낭떠러지다. 트레커들은 차마고도를 걷다가 호도협으로 향한다. 협곡 아래서 위를 다시 올려다보게 되는 것이다.

차마고도를 말할 때 리장(麗江)고성(古城)을 빼놓을 수 없다. 방사선 형태로 뻗어 나간 네 갈래 길 위에 1000년을 넘나드는 3000여채의 옛 건축물들이 어깨를 맞댄 듯이 서 있는 곳이다. 1996년 발생한 대지진에도 고성의 건물들은 끄덕없이 버텨냈다.

리장 고성은 1997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차마고도의 교역품이 이곳에서 거래된 유서깊은 명소다. 고성은 소수민족인 나시족이 13세기부터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나시족은 지금도 상형문자인 동파(東巴)문자를 사용한다.

트레커들은 영국작가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으로 알려진 지상낙원이자 이상향, 샹그릴라를 찾아간다. 바로 옥룡설산 트레킹이다. 고산증세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라면 이뇨제라는 다이아막스로 무장해야 한다. 뱃살이 약간 있는 사람이 오히려 고산병 증세가 적다는 속설은 납득할 수 없다.

옥룡설산은 중국이 정한 국가풍경구다. 옥룡설산 트레킹은 10분남짓 곤돌라를 탄 후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한라산 선작지왓과 같은 초원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출발지점이다. 검은색 야크떼와 장엄한 옥룡설산의 위용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구상나무와 너무도 닮은 침엽수가 먼 설산을 배경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해발 3800m 지점에는 혜초여행사가 직접 지은 설산소옥이란 통나무 집이 있다. 트레커들은 이곳에서 누룽지와 채소랑 곁들여 맛난 점심을 해결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견딜만하다. 목적지까지는 협곡과 가파른 경사를 올라야만 한다. 체력에 한계를 느끼며 드디어 오른 트레킹 종착지는 해발 4260m. 차마고도와 옥룡설산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다.

/글·사진 차마고도=강시영기자

[차마고도 트레킹 수첩]
혜초트레킹 새상품 각광…제주에도 지점 개설


트레킹 전문 여행사 '혜초트레킹'은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손꼽히는 '후타오샤(虎跳峽) 위륭쉐산(玉龍雪山) 코스'의 새 상품을 내놓아 트레커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제주에도 지점이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근무했던 박병옥씨(문의 064-713-2600)가 지점장이다. 그는 직접 트레커들을 인솔하고 트레킹에도 동행한다.

2011년말 지점을 낸 뒤 매년 제주도민 40여명이 혜초여행사를 통해 차마고도 트레킹을 체험한다. 지난해에도 세팀이 혜초를 통해 차마고도 트레킹에 나섰다.

차마고도와 리장시를 가는 길은 인천공항에서 중국 청두(成都) 공항을 거쳐 리장(麗江)을 거쳐야 하는게 보통이지만 성수기에는 아시아나가 인천에서 리장으로 향하는 전세기를 개설,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

직항편의 경우 비행시간은 5시간 정도. 지난해의 경우 목요일 출발은 4박(기내 1박)5일, 일요일 출발은 5박6일 일정. 6월16일까지 1차 운항, 7월18일~10월17일 2차 운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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