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21세기 한국의 변화와 생존전략
최영진의 '新조선책략'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4. 01.10. 00:00:00
19세기 말 일·러·미·영 등 제국주의 열강들이 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교두보로 조선을 침탈하려 할 때 한반도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했다. 이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사람이 청나라 외교관 황준센(黃遵憲)이었다. 그의 '조선책략'은 약육강식의 서양식 패러다임이 동북아에 밀려드는 것을 예견했고, 수신사로 일본에 간 김홍집은 '조선책략'을 가지고 와서 고종에게 올렸다.

'新조선책략'의 저자 최영진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는 41년간 주미대사 등 외교관으로 국제 정치 현장을 누볐다. 전쟁 패러다임의 패권자에서 무역 패러다임의 수호자로 변신하는 미국, 열강들의 전리품에서 세계 패권을 노리는 도전자로 급부상하는 중국, 움츠려드는 국력 속에서 과거 팽창주의의 어두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일본,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한국. 이 책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100년 전 조선을 기억하고 100년 후 대한민국을 상상하며 한국을 둘러싼 정치문화의 근원을 탐색한다.

저자는 역사의 역전, 즉 패러다임의 전환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20세기를 지배했던 전쟁 패러다임은 급격하게 무역 패러다임으로 대체됐다. 식민지 경영이 이익보다 부담이 더 커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소련은 위성국가들을 포기했다. 구 패러다임에서 한반도를 구속했던 미·중·일·러의 전통적인 4강 구도도 와해됐다. 이러한 역사의 전환 속에서 저자는 국제 정치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21세기 한국의 변화와 생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대북관계를 대북 인게이지먼트와 대북 억지력 두 가지 측면에서 조망한다. 북한에 대한 전면적 봉쇄는 폭발을 일으킬 뿐이고, 북한의 붕괴는 철저히 내부적인 요인에 촉발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볼 때 슈퍼태풍처럼 찾아올 수 있는 통일에 대한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현 북한 정권에 북핵은 생존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북핵에 대해서는 외과적 공격뿐만 아니라 전면 공격까지 포함하는 모든 옵션이 열려 있음을 북한에 주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에 손을 들면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저자는 그러한 설을 일축하고 경쟁과 협력이 복합된 새로운 강대국 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진단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같은 서양식 개념이 아니라 동양문명에 내재된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식민 통치를 경험하지 못한 국제사회의 정서는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에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서도 감정적인 대처보다 실리적인 대응이 필요하고, 중국을 지렛대로 이용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김영사. 5500원.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