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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강보고서 메디컬센터
[제주건강보고서 메디컬센터](9)다학제 협진
전문의들 최선의 치료방법 찾아 환자에 적용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입력 : 2014. 03.07. 00:00:00

▲제주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영석 교수(오른쪽)가 동시 항암 약물 방사선 치료예정인 폐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 계획을 평가하고 있다.

진단·수술·치료·재활·추적 관찰까지 각 분야 전문가 참여
비용·시간·의료진 상호 이해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 많아

최근 암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환자의 영상 소견을 비롯해 병리 소견, 수술적 치료, 항암 약물 치료, 방사선 치료, 수술 후 손상된 조직에 대한 재건, 암이 재발한 경우에 치료 방법 결정 등 여러 전문과간의 의견 교환과 협력이 중요시 되고 있다. 다학제 협진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환자의 진료 및 치료 방침에 대한 유기적,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진단, 수술 및 치료, 재활, 추적 관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가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아 환자에게 적용하는 진료 형태다. 제주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영석 교수의 도움으로 여러 분야의 전문의들이 한 암 환자의 사례를 두고 함께 토론하고 최상의 치료법을 찾아나가는 다학제 진료에 대해 알아본다.

과거에는 일부 의사가 전반적인 암의 치료를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학 기술의 발달로 지식과 정보의 양이 늘고, 전문 영역이 세분화되면서 전문의 한 명이 모든 영역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다학제 진료를 통해 각각의 암전문과간에 보완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여러 형태의 다학제 진료를 시행한 결과 효과와 필요성이 인정돼 진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학제 진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로 대형 병원의 센터를 중심으로 다학제 진료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비용, 시간 등의 문제로 인해 아직 일부 병원 사례에 국한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다학제 진료을 통한 암 치료 방향을 모색하고 제도화 마련을 위한 유관학회 공동 심포지엄이 국립암센터에서 처음 열렸다. 이 공동 심포지엄은 임상종양학회, 방사선종양학회, 병리학회, 영상의학회, 임상암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암학회와 외과학회가 후원했다. 공동 심포지엄을 통해 다학제 진료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고, 다학제 진료의 실현에 어려움들을 해결할 방안이 모색됐다고 김영석 교수는 소개했다.

다학제 진료는 토론을 통한 최상의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의료진 간의 협동성 향상과 학습의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불필요한 중복된 의료 서비스를 줄일 수 있다. 더불어 각각의 암전문과간에 토론을 통해 진단과 치료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임상 연구를 계획, 진행할 수 있어 의료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학과간 암전문의 사이에 존경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열린 토론과 우호적인 협력이 암환자의 진단과 치료에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이용 분야는 유방암 클리닉을 포함해 간암 담도 클리닉, 갑상선암 클리닉, 식도암 클리닉, 폐암 클리닉, 직장암 클리닉, 뇌종양 클리닉 등이다. 다학제 진료는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외과,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으로 구성될 수 있다.

악성 뇌종양으로 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수술 후에 제주대학교병원에서 항암약물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동시에 받은 김모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다학제 치료 사례다. 방사선 치료가 끝난 1개월 뒤에 시행한 뇌 MRI 사진에서 이전과 비교해 조영 증가 부위가 넓어진 소견을 보였다. 환자는 특별한 증상 없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 병변에 대한 치료를 논의하기 위해 혈액종양내과, 신경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한자리에 모였다. 영상 소견, 수술 소견, 현재 환자의 증상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전문의들의 의견이 도출됐다.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영상에서 조영 증가되는 병변부위가 넓어진 소견을 재발로 본다면, 이 후에 진행되는 항암 약물치료의 효과가 적을 것으로 예상돼 항암 약물 치료를 중단하고 수술이나 다른 치료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어떨지 논의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뇌종양의 수술 후에 남아있던 병이 자랐을 가능성과 재발한 병변일 가능성이 있고, 이 부위에 재수술도 가능한 선택이라는는 의견을 제시했다.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는 만약 이 부위를 재발로 본다면 같은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다시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이것은 일부 문헌에서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시행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했다. 또 항암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수개월 이내에 조영증가되는 부분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은 병의 재발이라기 보다는 치료와 관련해 나타난 '가짜진행(pseudoprogression)'이라는 현상으로 보고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저절로 호전되는 소견을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렇게 각과의 전문의들이 자신의 임상 경험과 지식을 근거로 의견을 주고 받았고, 이 환자는 재발가능성보다는 '가짜진행' 현상의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항암 약물치료를 지속하며 경과를 관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 교수는 "다학제 진료는 환자에게 최상의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비용·시간·의료진간의 이해와 존중 등의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도 많다"며 "이런 어려움들을 보완해가며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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