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월평마을 작업실에서 만난 수제 악기 제작자 윤주현씨가 직접 만든 하피드럼을 보여주고 있다. 진선희기자 하피드럼·핸드팬 등 이색악기 제작 해외자료 뒤지며 스스로 익힌 기술 이용객 즐기는 소리놀이터 조성 꿈 손수 만든 악기로 음악치료도 구상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리자 '둠둠둠' 울림이 큰 소리가 실내를 채웠다. 약속이라도 한 듯 때마침 인근 사찰에서 염불 소리가 흘러나왔다. 서귀포시 월평마을 작업실에서 만난 윤주현(35)씨는 하피드럼 소리를 들려줬다. 비닐하우스 물통 자리에 손수 지은 그의 작업실은 세상에 하나뿐인 악기가 탄생하는 공간이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윤씨는 제주에 정착하기 이전 폐자재로 악기를 만들어 공연하고 워크숍을 여는 사회적 기업 노리단에서 일했다. 노리단에 몸담는 동안 소리놀이터를 기획·제작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경기도 시흥과 부산 같은 곳엔 벤치가 악기로 변하는 등 그의 손길을 거친 놀이터가 있다. 일본 도쿠시마현에서 열린 축제에 참가해 재활용 악기를 만들어 그곳 아이들과 공연했던 기억도 새롭다. 제주행은 노리단을 그만 두고 지친 육체를 쉬기 위해 이루어진 일이었다. 며칠 여행삼아 찾은 제주였지만 자박자박 이 땅을 걸으며 "이곳에서 재미난 작업을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에 평화가 밀려들자 새로운 열망이 생겨난 것이다. 그 길로 서울로 가서 짐을 쌌다. 노리단 활동을 하며 만난 여자와 제주에서 가정을 꾸린 그는 지금 서귀포에 살고 있다. 영국 프로축구 선수와 외모가 닮았다며 학창 시절 친구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에서 따온 '루니'라는 브랜드로 나온 악기만 50개가 넘는다. 대부분 타악기들이다. 쇠붙이, 알루미늄, 나무와 같은 재료를 자르고 붙이거나 두들기는 방식으로 크고 작은 북, 영롱한 소리를 내는 솥뚜껑 모양의 핸드팬, 비브라폰 등을 제작했다. 우렁찬 소리를 뿜어내는 악기만이 아니라 섬세한 음을 빚어내는 제품도 있다. 라틴 타악밴드인 '제주 라퍼커션 메께라' 단원들이 사용하는 악기도 여럿 만들었다. 호주의 악기 제작자 강의를 직접 듣기도 했지만 유튜브나 해외 자료를 뒤져가며 스스로 배우고 익힌 결과다. 최근에 공을 들인 악기는 지름 40㎝쯤 되는 둥그런 하피드럼. 정확한 음계를 찾고 원하는 음색을 얻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하피드럼은 2007년 스위스에서 개발된 멜로디 타악기인데 8음계인 기성품에 비해 그가 만든 하피드럼은 12음계를 갖췄다. 윤씨는 이 악기 위에 희망과 구원을 비는 범어인 '옴마니반메훔'을 써넣었다. 하피드럼이 빚어내는 음색을 듣노라면 절로 평온해진다는 그다. 몇개월 뒤 '아빠'가 되는 그는 제주에서 수제악기 제작자로 살아가며 두 가지 꿈을 펼쳐볼 계획을 갖고 있다. 그 하나는 공원이나 광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악기 벤치' 같은 작품을 설치하는 일이다. 훗날 기회가 되면 테마파크처럼 '소리 공원'을 조성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또다른 하나는 음악치료 프로그램 운영이다. 얼마전 음악치료 자격증을 딴 그는 수제악기를 활용해 심리적 지지가 필요한 아이들이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올해로 제주생활 3년째. 일거리가 없으면 농가의 비닐하우스 설치를 도우며 밥벌이에 나설 때도 있지만 그는 따스한 햇살이 드리우는 서귀포의 나날에 기대감을 안고 산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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