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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뛰어넘자
[기후변화 뛰어넘자](1)프롤로그
변화무쌍 제주섬, 기후변화대응 전진기지로 급부상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4. 04.22. 00:00:00

▲지난 2007년 제주도에 밀려온 태풍 '나리'는 기록적인 폭우를 쏟으며 제주도 북부지역을 초토화시켰다(사진 맨 위). 반면 지난해에는 사상 초유의 혹독한 가뭄으로 백록담까지 바닥을 드러내는 등 온 섬이 말라붙어 큰 피해를 입었다(사진 아래). 한라일보 DB

기록적 폭우·초유의 가뭄으로 생활에 큰 변화
해수면 상승 뚜렷… 대한민국 기후변화 1번지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10년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해 급속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사상 초유의 혹독한 가뭄으로 온 땅이 말라붙고, 재선충으로 고사목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다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에 대한 수정·보완 작업을 펼치고 있다. 한라일보는 기상청 등이 발표한 국내외 및 제주도의 특징적인 기후변화 사례와 제주도가 추진 중인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을 토대로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 가뭄·폭우 이상기후 뚜렷

유엔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2013년 9월 발표한 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33년간(1880~2012년) 전지구 평균기온은 0.85℃ 상승하고, 평균 해수면은 110년간(1901~2010년) 19㎝나 상승했다. 우리나라에서는 6대 도시(강릉·서울·인천·대구·부산·목포) 기준으로 지난 100년간(1911~2010년) 기온이 1.8℃ 상승하고, 강수량은 17%(2.1㎜/년) 증가했다.

온실가스 배출추세가 현 추세대로 이어진다면 21세기 후반기(2071~2100년) 기온은 현재(1981~2010년)와 비교해 5.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100년 동안 1.8℃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3배 정도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해 21세기 후반이면 평양의 기온이 지금의 서귀포 기온(16.6℃)과 비슷해질 수 있다. 기후변화는 여름은 길게 겨울은 짧게 만들어 21세기 후반기 강원도와 경기서북부를 제외한 남한전체와 황해도 서부지역까지 아열대 기후구가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기온과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배출추세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21세기 후반기 강수량은 현재와 비교해 18%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난화 기후에 따라 수증기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폭염은 현재 10.1일에서 21세기 후반기에는 40.4일로 4배 정도 증가하고, 열대야는 3.8일에는 52.1일로 14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바다 한가운데 위치하고, 한라산이 자리 잡아 내륙과 달리 기후변화가 더욱 무쌍한 곳이다. 30년 뒤 기온과 강수량의 평균값을 비교한 결과 제주지역은 평균기온과 최고기온 최저기온 모두 상승하고, 특히 최저기온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971~2000년 평균기온은 15.6℃였으며, 1981~2010년 기간 평균기온은 15.9℃로 0.3℃ 상승했다.

이와 함께 연 강수량은 1971~2000년 1716.2㎜였으나 1981~2010년에는 1787㎜로 4.1% 증가했다. 특히 가을철 10.3%, 여름철 3.8%, 봄철 1.5% 순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기후변화, 생활의 변화

지난 2월 경주 지역에 폭설이 내려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돼 사망 10명을 포함해 2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모든 건축물에 습설(젖은 눈)하중을 반영해 설계하도록 '건축물 안전강화 대책'을 마련했다. 제주지역에서는 2007년 태풍 나리 이후 종전 50년에서 100년의 강우빈도로 하천공사 설계를 상향 조정한 사례가 있다. 100년 강우빈도라는 것은 100년 만에 한 번 올 정도의 큰 비에도 안전할 정도로 설계한다는 뜻이다.

단기간의 기상변화와 달리 기후변화는 긴 시간 동안 평균상태 이하이거나 이상인 현상이어서 실생활에서는 별로 실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기후변화는 이렇게 건축설계 기준 등을 바꿀 만큼 이미 우리의 생활 전반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는 국가와 지역의 환경·산업·문화·경제 분야는 물론이고 생활양식의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파급효과가 광범위하다. 국제적으로는 유엔이 기후변화 문제를 최우선 아젠다로 추진하고, 국가에서도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 대한민국 기후변화 1번지

제주도의 기후변화가 미친 영향을 보면 우선 서부지역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인 용머리 해안 산책로를 들 수 있다. 국내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곳은 지난 2007년 조사 당시 1970년에 비해 해수면이 2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탐방객 출입 통제 일수도 해마다 늘어나 2012년 78일, 2013년 81일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기후변화 1번지임이 입증된 이곳 해안가에 서귀포시는 지난 2012년 기후변화홍보관도 건설해 기후변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관광업뿐만 아니라 농업과 수산업 등 주요산업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의 대표적인 작물인 감귤은 재배 가능지역이 북상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위한 고품질 품종을 개량하거나 열대작물을 재배하려는 시도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수산업에서는 갈치 등 난대성 어종의 어획량이 증가하는 반면 톳 등 한대성 해초류의 어획량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구상나무의 고사가 증가하면서 한라산 아고산 생태계가 멸종 위기에 달하고, 열대야 등 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해마다 에너지 위급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사실 제주도는 변화무쌍한 기후와 한반도에 진입하는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때문에 일찍이부터 기후변화 연구의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1945년 제주측후소가 설립된 이후 1998년부터 확대 운영 중인 제주지방기상청이 이상기상으로 재해가 증가하고 있는 제주지역의 다양한 날씨변화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08년에는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국가태풍센터가 들어서 북서태평양 전역을 24시간 감시하며 모든 태풍이 생성하고 소멸하기까지의 과정을 파악해 예보하고 있다. 지난달 4일에는 그동안 서울에서 기상과 지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온 국립기상연구소가 서귀포시 혁신도시로 이전해 기상정책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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