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로 뛰는 등 왕년의 축구선수였던 신상근씨가 서귀포에 이주한 후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현숙기자 프로축구 원년 멤버 · 국가대표로 뛰어 5년전 '스카이 축구단' 만들어서 활동 여름을 뜨겁게 달굴 '2014년 월드컵'이 한달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축구전지훈련의 메카'서귀포에 가면 '왕년의 축구선수'가 불판에 올려주는 제주산 돼지고기 구이를 맛볼 수 있다. 그 주인공은 10여년전 제주에 둥지를 튼 신상근(53)씨. 그는 서귀포시 보목동 인근에서 흑돼지구이 전문식당 '감자바위'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축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때. 충북 제천 출신으로 내로라하는 축구선수들을 대거 배출한 청주 대성중, 청주상고를 졸업하고 포항제철에서 축구를 했다. '프로축구 원년멤버'인 셈이다. 1982년에는 국가대표 선수로 뛰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은퇴하면서 '지도자'로서 꿈을 갖고 브라질로 축구지도자 연수를 떠났다. 지금은 유소년단체가 많지만 그 당시에는 거의 없었고 미래 한국축구발전을 위해 유소년축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년 선배였던 최순호 감독과 함께 고향에 '유소년축구교실'을 시작하기에 앞서 만들어진 '차범근축구교실'에서 1년간 코치로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생활체육으로 축구를 즐기는 것 말고는 축구에 대한 일은 되도록 하지 않고 있다. 옛 선후배·동료들이 지도자 제안이 있지만 그의 생각은 제주지역 지도자들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고사하고 있다. "제가 나서면 이미 활동하던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죠. 저는 지금 아내와 식당을 하면서 만족하고 있고 그것으로 '먹고살만'한데 그것을 욕심내고 싶지 않아요." 그가 서귀포시로 이주하면서 예전에 떠올랐던 것은 '강창학구장'이다. "1990년대 중반 서귀포에 처음 왔을때 천연잔디구장이 훌륭하더군요. 그런데 그 이름이 '강창학구장'이라는 겁니다. 기부해서 축구장을 만들었다는데 축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놀라웠죠. 언젠가는 저도 운동장 하나쯤은 만들어서 나누고 싶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식당은 축구전지훈련이 몰릴때면 축구지도자 선후배들의 '사랑방'이 된다. 이제는 자리를 제법 잡아 넉넉한 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인근에 가게를 신축하고 있다. "처음 식당을 할때에는 주변 사람들이 잘 몰랐죠. 그러던중 저를 알아본 지인의 제안으로 5년전 '스카이 축구단'을 구성했어요. 팀을 만들면서 이왕 만드는 거, 서귀포를 대표하는 팀이 되고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자고, 봉사활동을 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사실 '왕년의 축구선수'가 제주에서 '고깃집사장'으로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나마 처남이 제주에 펜션을 하면서 자리를 잡고 여러가지로 도와주면서 식당일도 자리를 잡았다. 신씨는 "답답하다고 느꼈던 서귀포사람들의 '여유'에 젖어들때쯤 서귀포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는 고향 제천보다 서귀포시가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에게 제주는 '돈이 많지 않아도 조금만 부지런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다.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더없이 기운이 넘친다.'천군만마'같은 아들이 제주로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영대학원까지 마친 아들은 "제주에 살면 행복하면서도 능력을 펼칠 기회가 많다"는 아빠의 간곡한 요청에 제주살이를 결심했다. 그가 조언하는 제주살이의 성공요건은 뭘까? "언젠가 9시간정도 차를 타고 일주도로를 돌고 있는데 카페를 하는 29세 청년을 만났어요. 제주살이 조언을 구하는 그 친구에게 "'장삿꾼'으로 인식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전해줬죠. 제주정착에 성공하려면 '환상'만 가져서는 절대 안됩니다. 5년정도는 장기계획을 갖고 성실함을 승부로 해나갈때 행복한 노후가 보장될 겁니다." 바쁜 시간을 피해 오전에 인터뷰를 한지라 직접 그가 올려주는 고기맛을 보지 못했지만 한때는 축구가 인생의 전부였던 그가 행복한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구워주는 고기를 꼭 먹어보고 싶어졌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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