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크루이프는 오렌지색, 프란츠 베켄바워는 흰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죠. 정말 대단했어요." 일본에서 온 프리랜서 기자 가가와 히로시(89)는 1974년 서독 월드컵 결승전을 돌아보며 추억에 잠겼다. 서독과 네덜란드가 결승전에서 맞붙은 서독 월드컵은 그가 처음으로 취재한 월드컵 대회였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은 그의 10번째 월드컵 취재 현장이다. 히로시는 건강이 좋지 않았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제외하고 1974년 이후 열린 모든 월드컵을 현장에서 취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히로시가 브라질 월드컵에 온 취재기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고 24일(한국시간) 밝혔다. 히로시는 어린 시절 축구선수로 뛰다가 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 입대해 '자살특공대'인 가미카제 조종사로 활동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맞고 패전한 일본을 보면서 히로시는 다시 축구로 눈을 돌렸다. 그는 "긍정적 힘을 가진 축구로 일본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축구 기자의 길을 선택했다. 히로시는 일본이 세계 최고의 축구팀이 되기를 바랐지만, 전쟁 후의 일본은 미국에서 소개된 야구에 흠뻑 빠져 있었다. 게다가 '일본인의 체격은 축구를 하기에 너무 작다'는 생각 등 일본 축구는 수많은 비관론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히로시는 일본이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에 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그는 "그때 내가 느낀 자부심을 당신은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FIFA는 현재 일본이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축구 강국이 됐고, 나카타 히데토시 등 스타도 낳았다는 점에서 "그는 결국 일본이 축구 세계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모습을 지켜봤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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