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화북 거로마을 가정집을 리모델링한 '문화공간 양'의 기획자 김연주씨는 예술로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는 나날을 꿈꾼다. 강경민기자 기획자 양성· 화북문화지도 제작 등 추진 "살고 싶던 제주서 하고싶은 일 해서 행복" 야트막한 천장 아래 판화 작품이 오밀조밀 걸려있었다. 몇 걸음 옮겨놓으면 그 안에 담긴 사물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제주시 거로남길(화북2동)에 있는 문화공간 양. 지난해 6월 윗거로마을로 불리는 동네에 문을 연 문화공간 양의 전시실은 1950년대 지어진 집을 고쳐 만들었다. 제주4·3사건 당시 해안가 마을로 피신했다가 전쟁이 끝난 뒤 돌아와 지은 집이다. 불타버린 집 터에 쌓아올린 보금자리는 60여년이 흐른 뒤 소통의 문화공간을 꿈꾸는 곳으로 태어났다. 제주식 안거리, 밖거리 구조를 갖춘 문화공간 양에선 레지던스도 이루어진다. 작가들이 짧게는 2개월, 길게는 8개월간 머무르며 창작의 기운을 얻고 마을 어린이, 지역주민과 만나는 프로그램을 펼쳐왔다. '양'은 여러 의미가 있다. 제주 방언에선 재차 묻는 말이나 강조하는 접미사로 '양'이란 말을 쓴다. 한자어로는 둘을 뜻한다. 여기에 개인적 사연이 더해졌다. 문화공간 양을 운영하는 제주출신 김범진 관장의 외할머니 성(姓)씨가 '양'이다. 김 관장의 외갓집을 리모델링한 문화공간 양엔 제주여성에 대한 존경과 찬사의 뜻도 담겨있다. 미술비평을 전공한 문화공간 양의 기획자 김연주씨는 서울에서 알게 된 김 관장을 통해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김 관장은 전시 기능을 넘어 기획자 양성, 인문학 강좌 등을 통해 제주사회에 말을 걸겠다며 김연주씨를 기획자로 영입했다. 10년 넘게 기획자로 일해온 김씨는 언젠가 살고 싶던 곳에서 전시 기획을 이어갈 수 있단 생각에 주저없이 제주로 향했다. 김씨는 마을 경로잔치에 참석해 심부름을 하는 등 오래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주민들과 어울려 지냈다. 그는 동네에서 인사성 밝은 사람으로 통한다. "전시 기획을 단순히 작품을 거는 일로 생각하는데 주제를 정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일,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 문화공간 양을 통해 제주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적 체험이 풍성해지고 실험적이고 다양한 종류의 작업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한다." 문화공간 양은 관광지 어디쯤 들어섰거나 경치좋은 곳에 세워지지 않았다. 화북공업단지와 가까운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공간으로 지역과 눈높이를 맞춘다. 마당엔 석류, 감, 하귤, 앵두, 오가피 등 계절마다 열매가 익어간다. 제철 열매 음식으로 손님을 대접했던 옛 주인의 마음처럼 김씨도 삶과 예술을 품은 마을 이야기, 제주 이야기로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가슴을 데워주려 한다. 7월부터 진행되는 문화기획자 양성을 위한 인문학 세미나, 사진·만화가가 참여하는 거로마을 이야기, 화북에 사는 장인을 인터뷰하고 기록하는 작업인 화북문화지도, 패션·침선공예·판화·재즈피아노 등이 어울린 전시 프로젝트 등은 그렇게 기획됐다. "앞으로 제주 작가들을 다른 지역에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다양한 분야의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제주에 문화공간이 크게 늘고 있는데 그만큼 내용도 풍성하게 채워지길 기대해본다."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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