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의 현상학 한·일 닮아 다음 표적될까 두려워 동참 휴대전화 보급이 왕따 확산 왕따는 아이들 사회에서 흔한 일이라고 하지만 그 가혹함을 목격한다면 그렇게 말하고 끝낼 일은 아닌 듯 싶다. 왕따는 일대일의 싸움이 아니라 일대 집단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집단적인 왕따는 매우 음습하고 길게 이어진다. 왕따 당하는 아이는 집단 정체성의 위기를 구제하기 위해 바쳐지는 희생양이 아닐까. 지난 4월 선임병들의 구타로 사망한 윤모 일병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윤 일병은 마대자루로 맞고 가래침을 핥아먹도록 강요받았다. 6월엔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따돌림으로 부대생활이 힘들었던 임모 병장이 동료 병사들을 향해 총을 쏘아 5명의 사망자와 9명의 부상자를 냈다. 왕따를 만든 가해자와 그로 인한 피해자가 그곳에 있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민속학자로 학습원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아카사카 노리오가 쓴 '누가 왕따를 만드는가'는 문화인류학, 사회학, 현상학, 정신분석학 등을 활용해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배제의 현상을 비판하고 있다. 왕따 현상을 학교 내 따돌림, 노숙자 살인, 사이비 종교, 묻지마 범죄, 장애인 차별, 젊은이들의 현실 도피 등 6개 주제로 나눠 분석해 놓았다. 고대에는 속죄양 의식이 있었고 중세엔 마녀사냥이 있었다. 현대에는 왕따 문화가 있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각박할수록 왕따를 만들어 괴롭히려는 성격이 강해지는데 현대는 그 현상이 극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왕따를 감싸주고 싶어도 자신이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주동자 뒤에 숨어서 따돌림에 동참해야 한다. 왕따가 등교 거부나 죽음 등으로 집단에서 사라지면 또다른 왕따 찾기 게임이 시작된다. 어제의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순간이다. 누가 왕따를 만드는가. 그것은 바로 왕따의 다음 표적이 될까봐 두려움에 떠는 우리 자신이다. "한국에서도 일본 못지 않게 왕따라는 이름의 배제현상이 만연한 듯 하다"는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휴대전화의 보급이 특히 아이들의 세계에 보이지 않는 배제현상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에서 늘고 있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과 배제도 일본과 매우 닮아있다"고 했다. 최지안 옮김. 유아이북스. 1만4500원.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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