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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파찌야' 유두열·유문선 부부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14. 08.15. 00:00:00

최근 안덕면 사계리에 게스트하우스 '파찌야'를 오픈한 유두열·유문선 부부. 오은지기자

"서울 벗어나 여유 찾아요"
잠깐 머물 거라면 시작 안해
게스트하우스 '파찌야' 오픈
제주정착 새로운 인연만들기

지난달 26일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파찌야' 게스트하우스. 1년여 이상을 공들인 그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드디어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부부는 자신들의 땀과 열정이 온전히 담긴 게스트하우스에 손님을 맞을 마지막 단장을 하고 있었다.

하루라도 일찍 문을 열기 위해 매일같이 밖에서 공사를 하다보니 주인장인 유두열(43)·유문선(46) 부부의 피부색은 적당히 그을리다 못해 까맸다. 지난해 1월 제주에 정착했는데 수십년 농사를 지어 거멓게 탄 농사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에 오히려 정감이 갔다. 유문선씨가 "겉모습만 보면 벌써 제주사람 다 됐다"며 순박한 웃음을 띄운다.

40여년의 서울 생활을 접고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새 둥지를 튼 것은 전원생활을 원했던 아내의 강력한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서울을 유난히 떠나고 싶어했던 아내는 2011년 겨울, 남편과의 한달반 동안의 제주여행 이후 제주 정착을 선택했다. 하지만 남편에게 제주행은 '모험'이었다.

유두열씨는 "아내는 여행 이후 바로 내려오고 싶어했지만 저는 생활 터전을 떠나는 것이 고민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1년을 고민했다.

김포공항에 내리면 숨을 못쉬겠다는 아내와 달리 그는 아직도 화려한 네온사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김포공항이 좋단다.

하지만 모든 걸 정리하고 내려온만큼 현재 유두열씨의 새로운 목표는 '제주 정착'이 됐다. 1년을 고민했는데 잠깐 머물다 갈 거였으면 시작도 안했을 거란다.

큰 결심을 하고 내려왔지만 정착 초기 난관에 부딪혔다. '파찌야'를 짓기로 했던 건축업자가 공사 도중 잠적해버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수천만원을 날리고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무력감에 다툼도 잦았지만 부부는 오히려 그를 두둔했다. "그 사람도 사업을 확장하다보니 과부하가 걸려 감당이 안된 것인데 어쩔 수 없죠."

유두열씨는 "시간과 몸이 축나면서 힘든 시기였는데 아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더군요. 그때부터 천천히 하나하나 직접 만들게 됐다"고 한다. 어찌보면 과하게 긍정적인 사람들이다.

건축업자의 잠적으로 당초 지난해 12월 준공예정이던 '파찌야'는 부부의 열정에 힘입어 올 8월에서야 문을 열게 됐다.

서울에서 카페와 옷가게를 운영했을 정도로 유난히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는 유씨 부부는 '파찌야'에서 새로운 인연을 꿈꾸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하게 된 것도 기본적인 생계유지보다 사람과의 인연을 쌓고 싶은 이유가 더 크다. 이미 '파찌야'는 오픈 전부터 남편의 새로 사귄 동네 동갑내기 친구들의 모임 장소가 됐다.

유문선씨는 "지나가다 들러 '제수씨, 커피 한잔 줘요'하는 것도, 자리만 준비하면 이것저것 안주거리 갖고 와서 노는 것도,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 곳(제주)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며 그런 일상이 너무 좋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활짝 웃던 '긍정 부부'. 그들이 '파찌야'에서 엮어 갈 제주정착 인연 만들기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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