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5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최대의 스포츠축제인 전국체육대회가 내일(28일)부터 제주에서 개최된다. 전국체전은 스포츠 종목만을 놓고 겨루던 체육대회에 문화축제 등이 가미되면서 체전으로 탈바꿈했다. 체육축전인 셈이다. 때문에 개최지는 물론 참가 시·도에서는 대회성적 못지 않게 각 고장의 특색있는 문화축제를 알리거나 특산품 판촉 등에 나서며 장외대결을 펼친다. 이에 따라 시도별로 앞다퉈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스포츠 인프라 확충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도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전국체전은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개최지 자치단체를 비롯해 교육청, 체육회가 주관한다. 그러나 이번 제주체전을 앞두고 개운치 않은 일련의 사태로 잔칫집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대표적 사례가 승마경기장 변경이다. 기껏 준비했더니 경기장 시설 미비에 따른 안전사고와 마필 선박이동에 따른 위험부담 등을 내세워 승마선수협의회 명의로 경기장 변경이 요청됐고, 대한체육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대회 개최를 불과 십여일 남겨놓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게 중론이다. 없는 살림에 수십억원의 혈세를 날릴 판이다. 마필 선박이송과 관련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어떻게 출전하냐는 누리꾼의 댓글이 눈에 띈다. 또다른 사례는 스타급 선수의 대회불참이다. 리듬체조의 요정으로 불리는 손연재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등을 준비하면서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체전 불참 의사를 밝혔다. 개최지와 대한체육회 등은 대회 흥행요소가 줄어들면서 근심거리가 생겼다. 그런데 손연재는 체전개막을 수일 앞두고 잇단 TV 예능프로그램 녹화와 대회기간에 팬사인회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대회에 비해 국민적 관심도가 낮은 전국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 폭넓게 해석하면 앞의 사례들은 주최측인 대한체육회와 국가대표의 직무유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FIFA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대회와 인천 아시안게임이 개최된 올해 대회를 맡아 치렀고, 치른다. 다른 시도에서는 대형 국제스포츠 이벤트 때문에 관심 밖으로 밀려날 것을 우려해 개최를 희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해 대회기간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일정과 겹친다는 우려에 따라 일주일 가량 늦추는 통 큰 양보를 했다. 제주는 전국체전의 명맥을 이어나가는데 큰 힘을 보탰다. 그에 대한 보답(?)이 이런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씁쓸할 뿐이다. 이 대목에서 '주최'와 '주관'의 의미를 살펴보자. 주최는 어떤 모임을 주장해 여는 것 외에 어떤 일 또는 행사에 대해 계획하거나 최종결정을 해 이에 따르는 책임을 질때 쓰인다. 반면 주관은 어떤 일 또는 행사에 대해 실무를 맡아 처리하고 꾸려 나갈 때 쓰인다. 주관은 주최가 마련한 계획대로 집행해 나갈 뿐이며, 행사 자체에 대한 최종 책임은 주최측이 지는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주관측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고, 스포츠 강국의 산실인 전국체전이 정상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조상윤 기획사업부장·서부지사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