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제주에 정착한 큐레이터 한정희씨는 "앞으로 젊은 작가들의 열정을 담은 작품들을 연결해주고 싶은 것이 소망"이라며 '아트딜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현숙기자 어릴적 화가의 꿈…프리랜서 활동 조화와 균형, 창의성이 가장 중요 제주섬은 곳곳에 들어선 박물관·미술관으로 '박물관 천국'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과열경쟁, 베끼기 논란을 넘어서 '생존기로'에 놓인 곳이 적지 않다. 법·제도를 비롯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전문학예사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싸구려 관광시설'로 전락시킨 것이 한 원인이 아닐까. 9년전 제주와 인연을 맺은 뒤 3년전부터 제주로 이주한 큐레이터 한정희(37)씨도 이를 안타까워하는 이들 중 하나. 한씨의 어릴 적 꿈은 화가였다. 부모님의 반대로 의상학을 전공했고 의상디자인과 패션쇼를 하는 대형기획사에서 PD로 일하기도 했지만 그는 '그림'에 대한 열망을 놓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미술대학원을 다시 들어가 미술과 기획, 경영적 마인드까지 접목시킬 수 있는 큐레이터가 자신의 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후 전문학예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 그런 그가 9년전 석부작박물관을 시작으로 제주의 다양한 박물관·미술관과의 인연을 거쳤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왈종미술관, 박물관은살아있다, 라이트리움 등이 그가 근무했던 곳이다. 한씨는 "아직 제주는 박물관·미술관 숫자에 비해 큐레이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조금 아쉽다"며 "전문학예사를 '개관할 때만 필요한 자격증 소지자'정도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그의 아픈 고백이다. 여러가지 고민끝에 제주를 결심했지만 몇년동안 지내면서 배운 것은 '마음 비우기'이다. "제주에서 만난 이들과 시낭송·독서모임을 하기도 하고 쉬는 날이면 제주곳곳을 돌아다니고 즐기려고 노력하죠. '문화예술의 도시'를 지향하는 서귀포에 많은 예술인들이 모여들고 있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는 것이 그의 희망사항이다. 지금은 웹사이트에서 '한국미술사' 온·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큐레이터를 꿈꾸는 후배들을 키우는 일도 하고 있다. 또 최근 그가 주목하는 분야는 '아트딜러'이다. '아트딜러'의 역할은 공간에 잘 맞고, 미학적으로 훌륭한, 거기에 투자가치까지 줄 수 있는 작품을 수집가들과 연결해 주는 역할이다. 앞으로 젊은 작가들의 열정을 담은 작품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아트 매니지먼트'를 하는 것이 그의 목표. 또 '블록버스터 전시'에 대해 연구를 해 온 만큼 한국의 순수미술을 활용한 블록버스터 전시 가능성도 고민하고 있다. "제주와 인연을 맺고 나서 우연히 초등학교 시절 일기를 찾아볼 기회가 있었어요. 어린시절부터 화가를 꿈꿨던 저의 일기장에는 '이중섭 같은 화가가 되겠다'는 다짐이 들어있더라구요. 이중섭의 작품들이 탄생한 제주에 흘러온 것은 어찌보면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화' '균형' '창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준을 갖고 제주생활도 천천히 그려 나가야죠."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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