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이미례씨는 "제주에 완전히 정착해 재미있게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강희만기자 제주 오기 전에 서적 탐독 어떤식으로든 영화에 공헌" '수렁에서 건진 내 딸'로 유명한 이미례(56) 영화감독이 제주에서 영화가 아닌 남도제철음식으로 스크린의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 감독은 지난 4월 제주시 연동에 남도제철전문음식점 '여자만'을 개업했다. '여자만'은 여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여수와 고흥 사이에 있는 만 이름이다. 이곳에서는 꼬막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여자만' 본점은 서울 인사동에 있는데 개업후 영화 관계자들이 드나들면서 입소문을 타고 인사동의 유명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동국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한 이 감독은 대학 2학년 때 조감독으로 영화판에 뛰어들어 7~8년 동안 조감독생활을 하다가 28세 때 '수렁에서 건진 내딸'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영심이', '학창보고서' 등을 제작하는 등 1990년대까지 청소년·젊은이들에 관한 하이틴 영화를 만들었다. 1988년에는 백상예술대상에서 '물망초'라는 작품으로 신인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를 만들다가 지쳐서 잠시 모프로덕션에 방송연출을 하는 외도를 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방송연출을 하다가 2000년대 초반에 다시 한번 영화를 준비했으나 시간이 흘러 달라진 영화판에서 다시 영화를 시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하고 음식점을 열기로 결심했다. 이 감독은 "시댁이 전라도에 있다보니 남도음식을 많이 접하게 됐고 제사때 쓰는 맛있는 음식을 그대로 가져다가 장사를 하면 되겠다고 판단을 해서 음식점을 열기로 했다"며 "돈을 많이 벌겠다는 것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먼저 인사동에 음식점을 오픈했고 3~4년전부터 제주에서 장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오다가 지난 4월에야 제주점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왜 하필이면 제주를 선택했을까. 이 감독은 "강원도를 비롯해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바람과 구름이 너무 좋아 제주에서 선택했다. 앞으로 남편을 제주로 데리고 와서 농사도 짓게 만들겠다"며 "처음에는 답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조금만 나가면 바다를 볼 수 있고 바람과 구름이 있어 너무 시원하다"고 말했다. 제주에 오기전에 제주인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도 많이 했다. "오기전 시간이 날 때마다 현기영 선생의'변방에 우짖는 새' '순이 삼촌',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권 제주도편' 등을 읽으면서 제주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게 됐다"고 이 감독은 설명했다. 이 감독은 "시내에서 살다가 조금 자신이 생기면 살짝 시내를 벗어난 곳에서 잠시 살고 또 더 먼 곳으로 옮기고 그러다가 나중에 적당한 곳에 집을 구입할 예정"이라며 "제주에 오자마자 막걸리를 사들고 영등할망에게 잘 보살펴달라고 기도를 하기 위해 한라산 정상에 올라갔는데 막걸리가 얼 정도로 너무 추워서 혼이 났다. 하지만 그런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노년에는 제주에 완전히 정착해 지인들과 재미있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의 영화인생은 중단된 것일까. 이 감독은 "아직은 영화가 끝난 것은 아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안되겠지만 좋은 충동이 일어나면 멀리서 그림을 보는 작업, 영화를 할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도 어떤식으로라도 영화에 공헌을 하고 싶다. 손을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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