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제주자치도 예산안이 15일 도의회에서 부결(否決)됐다. 새해 예산안이 부결된 것은 2010년도와 2011년도에 이어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세 번째다. 이번 예산안 부결은 집행부와 도의회간 '감정싸움'의 소산이다. 15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도 양측의 갈등은 볼썽사납게 노정(露呈)됐다. 구성지 의장은 내년도 수정 예산안 상정처리에 앞서 원희룡 지사에게 '동의'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즉답을 피하고 대신 도의회에서 증액하고 신규 편성한 예산을 문제 삼아 발언을 계속 이어 나갔다. 급기야 지사의 발언 중에 "마이크를 끄라"는 소동이 벌어졌고, 결국 의회의 입장 조율을 위해 정회까지 선포됐다. 속개된 본회의 결과는 뻔했다. 예산안 표결처리 결과 재석의원 37명 중 반대 36명, 기권 1명으로 새해 예산안은 끝내 부결됐다. '누가 이기나 보자'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가 확연했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출범 이후 집행부와 도의회는 끝없는 갈등으로 소모전을 펼쳐왔다. 그 와중에 '협치(協治)'는 없었다. 이번 건도 예산안 편성과 심의에 대한 양측의 시각 차이와 소통(疏通) 부재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의회의 신규 및 증액 예산을 싸잡아 '선심성'으로 규정했다. 반면에 의회는 "말로만 낡은 관행 타파를 부르짖을 뿐 구태가 여전하다"고 집행부를 비판하는 식이다. 새해 예산안만 하더라도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소통하며 '접점(接點)'을 찾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다고 여기며 상대방을 폄훼하는 잘못된 버릇이 도지면서 사사건건 맞붙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심정은 어떠한지 안중에도 없는 게, '도정(道政)의 두 바퀴 축'이라는 집행부와 의회의 현실이다.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다. 그것은 지방정치도 예외는 아니다. 이를 위해선 서로가 상대방을 존중하는 풍토부터 조성해야 한다. 일각에서 '준예산' 운운하는 소리도 있지만 새해 예산안을 처리할 시간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이제 그만 불협화(不協和)를 끝내고 제발 소통의 정치를 보여달라는 도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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