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입길에 올랐다. 카톡 이용자들이 너도나도 '사이버 망명'에 나섰다. 사이버공간이 민주주의의 강화와 진보정치의 구성에 기여하는 만큼이나 국가의 감시통제, 전체주의적 정보 집적의 채널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일이었다. 그러나 과연 탈출이나 망명, 시스템과의 단절, 체제와의 절연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미국 일리노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로버트 W. 맥체스니 교수는 그럴수록 인터넷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을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정치적인 개입 활동이 필요하고 말한다. 미국에서 최근 20여년에 걸쳐 변화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다룬 '디지털 디스커넥트'에서 강조한 대목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이제 더 이상 미국에서 인터넷은 민주적이고 자율적이며 사회적인 대중 소통의 공간이 아니다. 국가 권력 또한 이 공간을 상대로 강력한 통제의 활동을 조직적이고 일상적으로 펼친다. 대중들의 의사와 표현을 검열하고 사생활을 통제하며 궁극적으로 민주적인 여론과 진보적인 정치의 가능성을 폐쇄하려는 조치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본의 욕망과 국가 권력의 의지가 정확하게 일치된다. '디지털 시장'에서 기업은 개인 정보를 상품으로 취급하고 이윤 축적을 위해 무단으로 유통시킨다. 대중들의 중요한 사생활이 이른바 '빅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거래된다. 시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권력조차 사회적 통제와 정치적 검열을 위해 이런 데이터에 대한 은밀한 접속과 비밀스러운 독해, 위험한 활용의 시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경제불황은 자본주의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늘날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가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한 대항 세력의 출현과 사회혁명의 기회로 연결되기 보다는 반동적 흐름과 야만적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로버트 맥체스니 교수는 이같은 현실에서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따라 민주주의와 자유, 공공성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했다. 테크놀로지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온갖 사회와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게 하며 민주주의를 다시 복원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경제로 바꾸자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그가 그리는 사회는 이른바 '포스트자본주의적 민주주의'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의 갈등은 공존할 수 없기에 결국은 둘 가운데 하나가 사라져야 한다. 그는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자본주의가 그 갈등의 패배자가 되는 게 옳다고 했다. 전규찬 옮김. 삼천리. 2만8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