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마음의 병을 치유해 나갔다는 백은혜씨가 자신이 만든 돌하르방 향초를 들어보이고 있다. 강경민기자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꽃이 좋았던 그는 이 노랫말처럼 꽃을 따라 제주에 뿌리내렸다. 빨간우체통 공방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백은혜(50) 씨의 이야기다. 백 씨는 20년 가까이 압화를 하고 있다. 우리말로는 '꽃 누르미' '누름꽃'이라고 불리는 압화는 말 그대로 꽃을 눌러서 만든 그림이다. 꽃을 눌러 건조시킨 뒤 회화적인 느낌을 더하는 조형 예술이기도 하다. 꽃을 만지는 그에게 제주는 '꽃 세상'이었다. 도심 속에서는 시장에서만 봤던 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단다. 길가에 피어있는 수선화며 수국은 물론 "제주의 자연에 매료됐다"는 백씨는 2008년 가족과 함께 제주에 정착했다. 제주에 온 그는 신나게 돌아다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오름과 들, 이곳저곳을 누비며 꽃을 만났다. 작은 공방을 마련해 압화를 가르쳤고, 제주의 기념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한라봉과 돌하르방 모양의 향초를 만들기도 했다. 한때 "아팠다"던 백씨는 제주에서 서서히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 "늦둥이 계획에 실패해서 아팠어요. 안타까운 심정이 크니 우울증이 왔고, 약까지 먹어야 했죠. 그런데 제주에 와서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니 몸이 서서히 괜찮아졌어요. 옆에서 도와준 남편의 힘도 컸죠." 사업체를 운영했던 백씨의 남편 김영국(50)씨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하던 일을 정리하고 제주에 와 목공을 배우며 그를 도왔다. 이들 부부는 최근 서귀포시 대정읍 신평리에 함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었다. 올 봄 문을 연 빨간우체통 공방카페다. 남편 김씨가 건물 설계부터 인테리어까지 도맡았다. 압화를 가르치다가 '한국편지가족'으로 활동하게 된 백씨가 아이디어를 냈다. 원하는 날짜에 자신이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편지를 띄워주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편지는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 주는 힘이 있어요. 요즘엔 그걸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편지를 쓰면 원하는 날짜에 보내드리고 있죠. 2050년까지 보낼 수 있도록 했는데, 단 저희가 살아있으면 보내드린다고 한다"며 백씨가 웃었다. 카페 한편에는 압화 등으로 엽서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공간을 꾸렸다. 정원에는 평소 좋아하던 조팝나무와 불두화를 심었다. 이따금씩 카페에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외로움은 덜어내고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좋아하는 일로 자신을 치유했던 것처럼 다른 이들도 꽃처럼 활짝 피어났으면 한다는 백씨의 바람이 담겼다. "제가 아팠었으니 느낌이 와요. '이분들은 마음이 아파서 오신 분들이구나' 하고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건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싶어요."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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