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가가 또다시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새해 예산안 부결(否決) 파문을 봉합하고 '화해 무드'를 보인 지 하룻만에 파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구성지 도의회 의장은 18일 개회한 제325회 임시회에서 "새해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하지 않고 준(準)예산으로 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연내 처리방침을 밝혔다. 따라서 집행부와 도의회간 대화를 통한 원만한 타협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19일 원희룡 도지사의 '돌출발언'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원 지사는 이날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지난 15일 예산안 부결 사태와 관련 그 배경 등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원 지사는 자신이 발언을 하고 있음에도 의장이 퇴장 경고와 함께 마이크를 꺼버린 '수모'를 언급하며, 새해 예산안 파행(跛行)의 책임이 의회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 가운데 문제가 된 내용은 '도의원 1인당 재량사업비 20억원씩 요구'와 '특정단체 여행 보내고 특정인에개 보조금 주고' 등이었다. 특히 '자기들끼리 다 짜놓고는…'에 이르러 의원들은 매우 격앙된 모습으로 발끈했다. 급기야 의원들은 전체회의를 열고 20억원을 요구한 의원이 누구인지를 밝힐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의 공식적인 사과가 있어야만 예산안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박정하 정무부지사가 해명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의원들은 "전국 방송에서 제주도의원들을 이렇게 매도해도 되는 것이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도의회를 희생양(犧牲羊) 삼아서 중앙정치 이미지를 강화시키려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이란 힐난도 이어졌다. '재량사업비 20억원씩 요구' 등과 관련 양측의 주장이 달라 현재로선 정확한 진위(眞僞) 파악이 어렵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전국 방송이 아니라 먼저 도의원들과 허심탄회한 토론이든, 치열한 싸움이든 벌여야 옳았다. 마치 집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도 새는 꼴이다. 옛말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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