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것은 메니에르증후군 때문이었다고 한다. 고흐의 자화상.(왼쪽) 전정기관은 우리 몸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전정기관은 세 개의 반고리관, 전정, 전정미로, 전정신경절을 포함한 전정신경으로 구성된다. 현기증·자세불안·현훈 등으로 분류 현훈은 신체 평형기관 장애로 발생 증상반복시 진찰통해 원인 찾아야 제주의 건강지침서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가 다섯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한라일보와 제주대학교병원이 2011년 '질병 50선'을 시작으로 기획연재하고 있는 건강보고서는 올해 '醫(의)+balance'라는 타이틀로 이어진다. 올해는 의료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걸쳐 균형을 강조한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분석자료(빅데이터)를 통해 한국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질병 위주로 다시한번 건강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아울러 식습관과 영양의 중요성, 인체의 생리와 영양소의 특성 및 체내 기능과 중요성에 대한 설명 등이 곁들여지는 '영양만점 건강만점', 건강과 운동의 매커니즘은 물론 의학과 스포츠의 연관성을 소개하는 '醫 스포츠'를 새롭게 선보인다. <강지훈 제주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어지럼증은 전체 인구 10명 중 1명이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증상이나 원인 질환이 매우 다양해 진단이나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어지럽다고 할 때에는 크게 3가지 경우로 나눠진다. 가장 흔한 것은 단순 어지럼증 또는 '현기증'으로 우리가 흔히 어질어질하다고 표현하는 증상이다. 앉았다 일어나거나 갑자기 움직일 때 잠깐씩 발생하며 심할 때는 졸도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피곤하거나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몸의 감각들을 통합하는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돼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자세불안'을 들 수 있다. 누워있거나 앉아있을 때는 특별히 증상이 없으나 걸을 때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는 현상으로 마치 술 취한 것과 같은 모습이며, 말하는 것도 어둔해지고 손의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워 물건을 잡으려 할 때 겨냥이 잘 되지 않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어지럼증 없이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소뇌의 이상을 의심할 수 있고, 걸음걸이만 불편할 때는 다리로부터의 감각에 이상이 있거나 귀 안쪽에 위치한 평형기관이 양쪽 모두 손상된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현훈이 있다. 현훈이란 자신이나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 것과 같이 느끼는 심한 어지럼증으로 속이 메슥거리고 토하는 증상과 함께 자세불안도 동반하는 현상이다. 현훈은 우리 몸의 움직임을 파악해 몸의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평형기관에 장애가 있을 때 발생한다. 현훈은 크게 말초성 현훈과 중추성 현훈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두가지를 구분하는 것은 현훈의 치료 및 예후를 결정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말초성 현훈의 경우 어지럼증은 아주 심하더라도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매우 드문 반면, 중추성 현훈에서는 어지러운 증상이 별로 심하지 않더라도 원인이 되는 병들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말초성 현훈이란 내이에 위치한 전정기관(세반고리관, 난형낭, 구형낭)이나 전정신경의 병변에 의해 현훈이 유발되는 경우로 가장 흔한 원인들로는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 전정신경염 및 메니에르병이 있다.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이석증으로 흔히 불리는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은 심한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으로 머리를 움직일 때 마다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심한 어지럼증이 특징이다. 환자들은 보통 누울 때나, 누웠다가 일어날 때, 고개를 숙이거나 쳐들 때, 높은 곳을 보거나 선반 위의 물건을 집기 위해 머리를 뒤로 젖힐 때, 자다가 옆으로 돌아 누울 때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을 겪는다. 머리 현수 검사에 의해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이 확인되면, 머리의 위치를 단계적으로 바꾸는 동작에 의해 세반고리관에 들어있는 돌 부스러기들을 제거해 치료한다. 이 방법이 성공하면 머리의 움직임에 의해 유발되는 발작적인 심한 어지럼증은 바로 사라진다. ▶전정신경염=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과 달리 머리 움직임에 상관없이 어지럼증은 지속된다.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는 증상이 동반되며, 일어서 있거나 걸을 때 몸이 한쪽으로 쏠린다. 심한 어지럼증은 수일에서 수주간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며, 심한 어지럼증이 사라진 뒤에도 걸을 때 어찔어찔하며 중심을 잡기 힘든 느낌은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남을 수 있다. 급성기에는 어지럼증 및 구토 증상을 가라앉히는 약물을 투여하며, 증상이 수그러지면 약물을 끊고 전정기관 적응 훈련을 통해 환자가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 약 20%의 환자에서는 나중에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이 발생한다. ▶메니에르병=메니에르병은 귀에 무엇이 들어찬 느낌과 함께 이명(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현상), 청력 감소, 심한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다. 어지럼증은 갑자기 발생해 수십 분에서 수시간 동안 지속되며,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심한 어지럼증 후에 전신위약감과 띵한 느낌이 수일간 지속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저절로 없어지기도 하지 일부 환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발작의 빈도가 증가하고 정도도 점차 심해져 이명 및 청력소실이 점차 악화되고, 발작 사이에도 증상이 지속되게 된다. 저염식(음식을 싱겁게 먹음)과 함께 이뇨제를 사용해 증상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주된 치료이다. ▶중추성 현훈 (뇌졸중)=중추성 현훈이란 어지럼증이 뇌간이나 대뇌의 병변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중추성 현훈의 원인 질환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뇌간 및 소뇌로 가는 피의 흐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뇌졸중(중풍)이다. 뇌졸중이라면 일반적으로 반신마비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막히는 혈관 부위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뇌졸중에 동반되는 증상들로는 반신마비 외에도 감각소실, 실어증, 구음장애(말이 어둔해짐) 등이 있지만 뇌간 부위의 뇌졸중에서는 어지럼증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강지훈 교수는 "단순 어지럼증이 반복되거나 현훈 증상이 발생하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원인 질환을 밝혀내야 한다"며 "특히 현훈에서는 말초성 또는 중추성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치료 및 예후를 결정하는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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