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친화형 배합사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서귀포시의 한 양식장에서 어린 넙치에게 어분 등을 재료로 만든 배합사료를 주고 있다. 송은범기자 친환경 양식 확산 위해 시범양식장에 사료비 절반 보조 3년간 85곳까지 증가 불구 생사료 대비 성과 분석 소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다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생사료에서 배합사료로 바꾼 일이 후회가 된다." 지난 7일 서귀포시의 모 양식장. 배합사료를 이용해 넙치를 키운다는 양식장 대표는 불만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생사료 제조기를 팔아치우고 지난해 처음 배합사료 시범지역사업에 참여한 이래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는 그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제주지역 배합사료 시범지역사업. 지난해 도내 전체 넙치 양식장의 25% 정도가 시범사업에 나섰지만 배합사료에 대한 양식어업인들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배합사료 공장 건립 등 인프라 확대=해양수산부의 환경친화형 배합사료 시범사업은 냉동된 생선을 갈아쓰는 생사료 사용으로 인한 연안 환경 오염, 질병 발생, 어족자원 고갈 등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됐다. 배합사료 양식이 충분히 가능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100% 배합사료를 쓰는 양식장에 집중 지원을 벌여 사용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서귀포시는 2012년 이래 지속적으로 시범사업을 이어왔다. 넙치 양식을 기준으로 2012년 33곳에서 2013년 45곳, 2014년엔 63곳으로 시범양식장이 해마다 증가했다. 자부담(50%)을 제외하고 지난 3년간 서귀포시 시범양식장에 투입된 비용은 국비·지방비를 합쳐 163억1700만원에 이른다. 제주시는 작년 처음으로 22곳에서 시범사업이 이루어졌다. 시범사업에 맞춰 배합사료 공장도 들어섰다. 대봉엘에프영어조합법인이 운영하는 서귀포시 표선면 배합사료 공장과 제주어류양식수협이 운영중인 제주시 한림읍 배합사료 공장 등 2곳이다. 이들 배합사료 공장에도 국비와 지방비 65억원이 투입됐다. ▶지역 맞춤형 고효율 사료 등 과제=친환경 사료 사용 확대를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고 시범양식장이 늘고 있지만 배합사료에 대한 만족도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배합사료를 쓰면 생사료에 비해 한달 반 가량 넙치 성장속도가 느리고 질병 억제력도 별 차이가 없다는 양식어업인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넙치 가격 하락과 맞물려 배합사료를 먹인 경우 비만도 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더 낮은 값을 받은 탓에 시범양식장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시범양식장에서는 "작년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배합사료를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7일 현재 서귀포시에선 2014년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63곳 중 13곳이 2015년 계속사업 포기 의사를 밝혔다. 지역 맞춤형 고효율 배합사료 생산과 품질 관리, 유통 개선, 성과 분석 등이 동반되지 않으면 제주 양식산업 경쟁력 제고를 내건 시범사업은 현장에 혼선을 주고 예산만 낭비할 우려가 높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 해양수산국은 지난 6일 해양수산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지역 배합사료 시범양식장의 애로 사항을 전달하고 해결책 모색을 건의했다. 환경친화형 배합사료 사용과 관련한 정부의 '양식산업발전법안'은 지난 연말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양희범 제주도 수산정책과장은 "양식업체들이 일부 손해를 감수하며 친환경 양식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의무사용 법제화와 함께 정책적 인센티브 확대를 요청했다"며 "도내 배합사료 시범양식장에 대해 융자사업, 시설 개보수 등 행·재정적 지원을 늘리고 현장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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