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개학 첫 날. 오전 8시를 한참 넘긴 시간에도 신성여중·고등학교 교문은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예전 같음 벌써 지각인데 학생들의 발걸음은 여유로웠다. 올 신학기부터 등교시간이 늦춰졌기 때문이다. 신성여중은 종전보다 30분 늦춰져 8시30분, 신성여고는 50분 늦춰져 8시20분까지로 등교시간이 조정됐다. 덕분에 학생들은 이날 아침 예전보다 조금 더 늦잠을 자고, 새로 생긴 20여분의 여유 시간을 만끽하며 안먹던 아침밥을 먹기도 했다. 이렇게 이석문 교육감의 공약인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이 시작을 알리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안착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제주도교육청 10대 역점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은 학생들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가족과 함께 아침밥을 먹고 등교할 수 있도록 등교 시간을 조정하는 정책이다. 이로 인해 오전 방과후수업 폐지 논란, 맞벌이 부부들의 출근 문제, 일찍 등교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의 새로운 과제가 생겨나고 일선 학교에서는 일명 '0교시'가 폐지되고 일과시간을 앞당기는 탄력근무제가 시행되는 등 여러 부수적인 변화가 일고 있지만 공약의 핵심은 '아침밥을 먹는 것'이다. 이날 신성여중·고를 방문한 후 가진 기자간담에서 이 교육감은 "등교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아침밥을 먹고 1km 이상 걷게 되면 진짜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으레 인터뷰를 위한 첫 인사로 "아침밥 먹었니?"라는 질문에 열에 일곱은 "안먹었어요. 원래 안먹어요"라는 대답이었다. 마치 비정상이 정상이 된 꼴이지만 오랜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교육감은 문화가 바뀌어야함을 강조한다. 오늘부턴 아침인사로 식사 안부나 물어볼까. <오은지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