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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부동산 광풍에 빠진 제주는 행복한가?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15. 03.09. 00:00:00
지난 설 명절 때 서울 사는 친구와 나눈 대화의 대부분은 '땅' 얘기였다. "고향이 제주라서 행복하겠다. 전망좋은 아파트나 1억~1억5000만원 안팎의 땅 좀 알아봐줄 수 있느냐?"는 말을 주변인들로부터 자주 듣는다고 했다.

제주 전역이 부동산 광풍에 휩싸였다. 최근 3~4년새 제주시 도시개발지구는 물론이고 해안마을에서부터 읍면 중산간까지 땅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1월1일 기준 전국 표준지공시지가에 따르면 제주지역 땅값 상승률은 9.20%로 전국평균 상승률(4.14%)을 웃돌며 2005년(12.36%)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실제 부동산 거래가격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제주시 아라동 택지개발지구내엔 3.3㎡당 350만원을 밑도는 땅이 없다는 게 부동산중개업자의 얘기다. 5·16도로를 낀 상업지역은 입지여건에 따라 800만~100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2010년 제주시의 아라동 체비지 매각가가 단독주택용지 150만~200만원, 상업용지가 250만원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갑절 이상 값이 오른 셈이다.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들이 즐비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안도로변 땅값은 3~4년 전만 해도 3.3㎡당 30만원선 수준에서 지금은 50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땅값이 뛰니 아파트도 덩달아 천정부지다. 아파트값 상승세의 시발점은 2009년 분양된 이도한일베라체 아파트다. 3.3㎡당 702만원이라는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 제주 아파트시장에서는 전에 없던 분양권에 '웃돈'(일명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 이어 2010년 아라KCC스위첸, 2011년 아라아이파크, 2012년 노형아이파크아파트 분양 때는 다른지방에서 원정온 '떴다방'과 기획부동산 등에서 분양권만 당첨되면 앉아서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다고 부추기면서 집값을 비정상적으로 올려놨다. 높은 청약경쟁률 속에 분양권의 절반 이상이 전매되면서 85㎡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이 최고 5000만원을 넘어 '분양권 당첨은 곧 로또'로 통했을 정도다. 이같은 현실이 반영되면서 2010~2014년 10월중 도내 아파트 매매가격은 33.7% 올라 전국평균 상승률(11.1%)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일단 투기시장이 만들어지면 집을 주거목적이 아닌 투기나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가수요까지 가세하는 게 일반적이다.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 여겨 빚을 져서라도 집을 사면서 수요가 뛰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제주 땅값 상승은 제주로의 이주 열풍에 30~50대 장년층의 순유입이 꾸준한데다 저금리로 마땅한 수익처를 찾지 못한 이들이 가격상승 기대감을 갖고 제주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여러가지가 복합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땅값 상승률만큼 제주도민들이 행복할까?'란 물음에 선뜻 '예스'라고 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땅값이 오르면 땅을 가진 사람은 반갑지만 없는 사람은 치솟는 부동산가격에 소중한 보금자리 한 칸 마련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뿐이랴? 급등한 주택가격의 버블(거품)이 꺼질 경우 수도권에서처럼 '많은 대출을 받아가면서 비싼 집을 왜 샀을까'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제주의 부동산 과열을 우려하며 최근 학계나 연구기관에서 내놓고 있는 도내 부동산 관련 통계작성과 주택대출 모니터링 강화,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확대 공급, 주택청 신설 필요성 등을 행정당국은 간과해선 안된다. <문미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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