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음력 1월 제주섬 전역에서는 자연에 신과 제주 여성의 만남이 성사된다. 1만8000의 신이 존재한다는 이 섬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은 본향당을 중심으로 심방을 통해 신이 오기를 청하고 온갖 정성을 다해 대접하는 의식을 통해 올 한해 가족의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정성이라고 해봤자 메 한 사발과 약간의 과일과 돌레떡, 생선 등이 전부이지만 그녀들은 신을 맞이하기 위해서 최소 3일에서 15일 이상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며, 동물의 사체를 만지거나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 모두가 본향당에 신이 좌정한 후 심방의 몸을 빌려 말하는 '좋수다', '궂수다' 등의 한마디를 듣기 위함이다. 인간의 운명이 신의 한마디에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의 굿은 현재의 종교가 태동하기 이전부터 자연이라는 거대한 신에 기대어 의존해 살아가야 했던 섬 여성의 문화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기에, 심방을 통해 내뱉어진 신의 말은 부처나 예수의 가르침이나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기에 이 여성들이 가졌던 본능인 모성애(母性愛)가 현재의 제주의 굿 문화를 보존·전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왕(용왕)대신님, 요왕대신님 올 한해 자식들 사업 번창하게 해주시고, 건강도 돌봐줍서…. 요왕대신님~ 올해 드리는 정성이 마지막입니다.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내년부터는 오지 못하겠습니다. 서운해하지 마시고 자식들 잘 보살펴 주십서…"라고 신에게 마지막 인사를 고하면서 자식들 걱정을 빼놓지 않았던 84살 할머니의 흥얼거림은 아직도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올해도 제주의 굿에서는 이러한 광경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점차 자신들의 뿌리인 본향당을 찾는 여성이 줄고 있지만, 제주의 굿판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원형이 잘 보존되고 있는 자랑거리의 문화다. 이 모두가 여성의 모성애의 승화로 발로되는 현상인 듯하다. <김명선 편집부 차장 nonamewind@ihalla.com>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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