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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칼럼]양지공원, 눈높이 맞춘 서비스 개선책 절실
오태현 기자 oh62@ihalla.com
입력 : 2015. 03.17. 00:00:00
사람은 누구나 매일 삶과 죽음의 공존 속에 지낸다. 오늘의 산자가 내일의 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잘먹고 잘살자를 뛰어넘어 이제는 '웰다이'(잘죽자)가 화두가 되는 시대다. 그래서 나온말이 '99 88 23 4'다. 수명 100세 시대에 99세까지 팔팔하게 움직이다가 2~3일 아프고 편안하게 죽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숫자다. 누구나 꿈꾸는 희망일게다.

제주의 경우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 2002년 5월 화장시설인 양지공원이 가동된 이후 10%대에 머물던 화장률이 13년이 지난 현재 5배나 늘었다. 제주지역의 화장률은 지난 2012년 57%, 2013년 59.9%, 지난해 60.7%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예전에 상상못할 일이 현실화 되고 있다.

다만 전국 평균과는 아직 크게 뒤진다. 매년 증가율도 더디다. 지난해 전국평균 화장률이 76.9%이고 보면 제주가 갈길이 멀다. 제주도가 화장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책들을 추진중이다. 화장유언남기기 서명운동과 양지공원 견학 프로그램을 수년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도내 유일의 양지공원 운영실태는 실로 우려가 된다. 화장에 대한 긍정인식을 추락시키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8시 40분 양지공원.

시장 난장판도 이 정도는 아닐 게다. 이날은 14구의 시신과 개장유골이 화장됐다. 통상 화장소요 시간은 2시간이다. 유족별로 20여명 많게는 100여명까지 약 165㎡ 남짓 좁은 공간에 수백명이 한데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제1제래실에서 독경이, 제2제래실에서 찬송가가 그 옆 관망실에서 대성통곡 소리로 정신없게 만들었다. 유족에 대한 배려나 망자와의 마지막 의미있는 이별은 생각 자체가 이곳에선 사치다. 별관 형식의 유족대기실은 텅비어 과연 유족들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인지 의심갔다. 예약을 받지만 유족별 발인일시가 다르고 운영상 불편함을 들어 도착 순서대로 화장이 이뤄진다. 치열한 선착순 시대 살다가 산자와 마지막 이별도 선착순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 유족은 "지칠대로 지친 유족들이 2~4시간까지 간이 의자에 앉자 대기토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가는자와의 의미있는 시간을 위한 공간 배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실제 관망실과 마주한 화장실은 비좁아 남녀가 줄서야 하는 민망함이 연출되고 있다. 공원근무자가 평상복 근무로 참배객과 차별화가 요원하다. 무질서한 주차로 도로폭이 좁아 시신 운구차가 후진해 교행할 정도다. 지하 식당이용도 불편·불만이 가득하다.

양지공원 관계자는 "북새통은 어쩌다가 한번 생기는 일"이라며 "편의시설을 비롯 제반 운영상황을 점검해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참 단순한 우답(愚答)이다.

화장을 비롯 잔디장, 수목장, 화초장, 공원장 등 다양한 형태로 장묘문화가 바뀌고 있다. 제주도도 화장률이 높아지면서 묘지 조성으로 인한 토지 잠식이 줄어들고 있다. 반가운 일이고 장묘문화 개선을 위해 활성화 방안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묘문화 개선은 후손들을 위한 아름다운 선택이고 배려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매일 오열하는 유족들을 보면서 공무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지사지로 보면 답이 나온다. 안일함의 덫에서 빠져나와 혁신을 꾀하라.

앞으로 한달여에 한번 제 칼럼 순서때 이 지면을 통해 민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책을 찾는 글을 실을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질책, 제보바랍니다. <오태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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