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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25시
[편집국 25시]"내년에 뵙겠습니다"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15. 04.09. 00:00:00
"술 한잔 하자." 휴일 친구들과 마시는 술 자리는 여러가지로 고맙다. 외로이 집에 있는 나를 해방시켜주는 것은 물론, 혼자라서 먹으러 가지 못했던 회, 백숙 같은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먹고 마시다 보니 그날도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갔다.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친구가 묻는다. "그 영화 봤어? 재밌다던데." 택시비를 꺼내면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보니 영화관에 갔던 일이 꽤 오래 된 것 같다. 일주일에 2~3번 영화관을 찾았던 시절도 내게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관을 찾으려 해도 혼자가기 창피해서, 집에서 멀어서 등의 핑계로 포기하는 일이 많다. 친구들과 6시간 넘게 술 마시는 건 괜찮고, 혼자 영화관 가서 영화 한 편 보는 건 스스로 주변 눈치가 보여 싫은 것이다.

지난 3일, 4·3 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에서 진행됐다. 관심이 모아졌던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도 불참했다. 이에 야권에서는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4·3위령제에 대통령이 불참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한때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제주를 찾아 "제주의 아픔이 가실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선이 된 이후로는 불법위패 논란 등 보수진영의 '눈치'를 보는 탓인지 2년 간 불참하고 있다. 취임 2년 간 전세기로 전세계 40여개국을 돌아다니는 중에 4월 3일 단 하루, 1시간 걸리는 제주에 오는 건 스스로 주변 눈치가 보여 주저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대선 후보 시절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했던 그 마음처럼 제주4·3을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명록에 4·3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는 글귀를 남겼던 일도 있지 않은가. 내년 4월3일엔 제주도민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다가오는 주말엔 영화 한편 보러 영화관으로 떠나봐야 겠다. 주변 눈치 보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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