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레저
[낚시! 바다맛, 손맛]민물낚시 하다 주민신고로 경찰관 출동하고…
입력 : 2015. 04.24. 00:00:00
오늘 이야기는 바다낚시가 아니라 민물에서 붕어낚시를 하다가 겪은 일이다.

"실례합니다. 잠시 이 위로 올라오시죠."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몇해 전 봄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에 위치한 작은 연못에서 낚시하던 중 강한 플레시 불빛과 함께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전등 불빛에 눈이 부셔서 그들의 윤곽도 제대로 확인못하고, 얼결에 낚시 자리에서 일어서던 나는 순간 균형감각을 잃고 물속으로 '텀~벙!!!' 빠져버리고 말았다.

다행히도 수심 70㎝정도의 얕은 못이라 큰 사고를 막아주었다. 나의 실족에 당황한 두 사람이 뛰어들어 부축을 했고, 얼떨떨한 정신을 추스리고 보니 다름아닌 경찰관들이었다.

"우~이, 이게 뭔 일이래???" 물에 빠져 옷은 다 젖었고, 쌀쌀한 밤기운에 온몸을 덜덜덜 떨면서도 황당한 기분에 나를 둘러싼 그들을 째려보니 그들도 미안한지 눈길을 피한다.

"무슨 일입니까?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요? 왜 사람을 놀라게 해서 이런 낭패를 보게 합니까?"

그런데 그들의 답변을 듣고 나는 황당함에 말을 잃었다.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주민신고가 연이어 들어와서 긴급출동을 나왔습니다."

신고내용을 들어보니 기가 막힌다.

신고내용 1. '연못가에 사람 그림자가 보이는데, 가로등 불빛을 피해 웅크리고 앉아서는 가끔씩 꿈지럭거리는데, 큰사고 내기 전에 데려가야 하지 않느냐'

신고내용 2. '연못가에 군복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큼직한 상자를 들고 들어가서 으슥한 곳에 숨기는것 같은데, 혹시 간첩이 아닐까 의심된다'

신고내용 3. '어떤 사람이 밤마다 연못가에 와서 네 다섯시간을 앉아있다가 가곤 한다. 접선하려는 간첩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는 등등이었다.

어쩔 수 없이 신분증을 찾아 경찰들에게 건네고 낚시 가방을 다 열어보이며 민물 낚시를 하던 중이었고, 얼마후 도로 확장으로 없어질 연못의 붕어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무전으로도 내 직장과 신원조회가 이뤄진 후에야 비로소 오해가 풀렸다.

<김상도>

그 해 여름 폭우와 태풍 영향으로 만수위에 다다른 보성못엔 봄에 산란한 치어들이 몰려다녔고, 물가에 앉아서 '저 놈들을 어떻게 옮기나'를 고민하고 있는데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오더니 "낚시하러 옵디강? 한동안 안 보연게…" 한다. 나는 "그냥 구경햄수다. 물이 많이 불어싱게예~. 제법 깊은거 닮지예." 내 댓구에 멋적게 웃으시던 어르신은 잘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