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야쿠시마는 독특한 지형과 식물의 수직분포로 인해 식물 종다양성이 매우 높아 약 1500 여 분류군에 달하는 관속식물이 알려져 있다. 야쿠시마=강경민기자 사슴·원숭이·원시림이 공존하는 천혜의 숲 수령 천년이 넘는 삼나무 '야쿠스기' 인상적 제주와 비슷한 환경·한라산 식물분포도 유사 곶자왈 용암숲·구상나무 군락은 제주 독보적 [전문가 리포트]문명옥 박사(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 문명옥 박사 ▶천혜의 자연환경에 깃든 울창한 숲과 생물들=야쿠시마는 거의 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는 일본에서 7번째로 큰 섬이다. 섬 거의 전 지역은 산지이며 해발 1936m인 최고봉 미야노우라다케를 중심으로 1000m에서 1900m급 40여개의 봉우리가 서로 연결돼 있다. 이처럼 독특한 지형과 식물의 수직분포로 인해 식물 종다양성이 매우 높아 약 1500 여 분류군에 달하는 관속식물이 알려져 있다. 선태식물 또한 선류 376 분류군, 태류 308 분류군, 뿔이끼류 6분류군 등 총 994 분류군에 달한다. 크기는 제주도 면적의 4분의 1이지만 제주도의 관속식물이 1900여 분류군, 선태식물이 420여 분류군인 것과 비교해 보면 굉장히 많은 수이다. 식물의 수직분포 또한 매우 독특하다. 해안에서 산정까지 아열대에서 아한대의 기후대가 스팩트럼으로 나타나며 각 분포대에 맞게 적절한 기후대의 식물사회가 나타난다. ▶숲속의 거인, 야쿠시마삼나무=야쿠시마는 삼나무의 분포상 일본 남한계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삼나무의 수명은 최대 800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비가 아주 많아 습도가 높은 야쿠시마에서는 삼나무의 생장은 매우 늦으며, 수지가 풍부하고 연륜이 치밀하기 때문에 썩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져 수령이 천년을 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야쿠시마에서는 수령 1천 이상의 삼나무는 '야쿠스기', 천년 미만은 '고스기(小衫, 어린삼나무)'로 불린다. 3000년에 이르는 야쿠스기를 포함한 원시적인 천연의 숲은 특유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이고 있다. 삼나무의 일반적인 평균 수명이 500년 미만임을 감안하면 야쿠시마 삼나무의 가치와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야쿠시마와 제주도는 매우 유사한 자연환경과 식물분포패턴을 갖고 있다. 섬이라는 고립된 조건, 1950m의 한라산이 만들어내는 식물의 뚜렷한 수직분포 등등. 아니 오히려 제주가 더 독특할지 모른다. 화산섬이 갖는 특징으로 만들어진 난대와 온대가 공존하는 곶자왈 용암숲, 고지대에 넓게 펼쳐진 유일무이한 고유식물 구상나무 군락, 빙하기 잔존식생 등 오히려 더 높게 평가돼야 할 듯하다. 그러나 제주용암동굴과 화산섬의 평가기준은 자연유산 ⅶ(자연 경관)와 ⅷ(지질특성) 뿐이다. 작년 벨라루스, 폴란드 '비아워비에자 산림지대', 멕시코, '고대 마야 도시와 카라크물, 캄페체의 열대숲'이 복합유산 혹은 자연유산 평가기준 항목이 추가돼 확장 지정됐다. 야쿠시마는 자연 환경을 파악하고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순응적 관리에 필요한 조언을 얻기 위해 전문가, 경험자 등으로 구성되는 '야쿠시마 세계유산지역 과학 위원회'를 2009년 6월에 구성했다. 연구자로부터 과학적인 조언을 얻으면서 그것을 정보 공유한 후에, 지속적으로 대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야쿠시마 원시림에 서식하는 원숭이들의 망중한. 야쿠시마 세계유산지역 관리계획의 핵심은 생태계를 고려한 통합적이고 자연 그대로의 순응적 관리이다. 야쿠시마 원시림이 보여준 느낌과 일맥상통한다. 돌보지 않는 듯 돌보고, 세심한 배려를 하지만 티를 내지 않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자아와 욕망만이 비대해진 우리를 반성하게 하는 것은 야쿠시마가 보여준 자연과 공존하려는 인간의 자제력이 아닐까 싶다. [월슨은 제주와 일본에 무엇을 남겼나] 1914년 야쿠시마 첫 방문…식물자원 전 세계에 소개 1917년 한라산 답사 구상나무 확인…한국 특산식물로 학명 부여 세계화 2007년 한라산연구소가 펴낸 '한라산의 구상나무'에 따르면 윌슨은 영국 태생의 식물 채집가 겸 식물분류학자이다. 그는 주로 동양의 식물을 연구한 몇 안되는 서양학자로서, 특히 경제적 가치가 높은 목본식물 위주로 채집하거나 연구한 사람이다. 그는 영국의 왕립 큐식물원에 소속돼 있으면서 1899년부터 주로 중국의 식물을 많이 수집했다. 1907년도부터는 미국 하버드대학의 지원으로 주로 일본, 한국, 대만의 식물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1917년에는 한국의 식물을 많이 연구했는데, 제주도에는 10월 하순에서 11월 중순까지 탐사했다. 이 때 처음으로 구상나무를 만났으며, 1920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이곳에 분포하고 있는 특산식물임을 밝혀 '아비에스 코리아나'라는 학명으로 아놀드식물원 연구보고 1호에 발표한다. 구상나무 표본은 2점이 소장돼 있으며, 1그루를 수목원에 전시하고 있다. 한라일보 취재팀이 찾은 세계자연유산 야쿠시마도 윌슨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윌슨은 세계에 야쿠시마를 소개한 대표적 인물로 전해진다. 그는 제주에 오기 몇해 전인 1914년 2월 17일 벚나무, 진달래, 침엽수를 조사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는데, 첫발을 내디딘 곳이 바로 야쿠시마였다. '윌슨 그루터기'로 소개되고 있는 수령 3000여년의 삼나무. 야쿠시마는 해변 항만 인근에 윌슨 박사를 기리는 공원을 조성해 기념비와 윌슨그루터기 모형을 설치, 자원화하고 있다. 기념비에는 '윌슨 그루터기는 야쿠시마의 상징이 돼 관광, 학술적으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비를 건립해 윌슨 박사에 대한 경의와 친애를 표한다'고 적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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