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 남긴 수많은 편지… 그의 삶과 예술관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내가 걸은 길, 내가 본 풍광, 내가 만난 감동에 대해서. 그것이 나의 여행입니다. 그것이 나의 시이고 삶입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많이 보는'여행에서 '느리게 느끼는'여행으로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시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릴케는 낯선 곳을 여행함으로써 작품세계의 커다란 전환기를 맞곤 했다. 그의 여행은 다양한 공간에 아로새겨진 역사와 대화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한단계 더 심화해가고 낯선 세상을 향해 활짝 문을 열어가는 과정이었다. '릴케의 프로방스 여행'과 '릴케의 이집트 여행'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독일의 대문호 릴케가 여행 중에 남긴 수많은 편지들,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시·산문들로 이뤄졌다. 릴케는 프로방스와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릴케의 영원한 연인으로 불리는 루 살로메와 클라라 릴케, 그의 후원자와 친구들에게 많은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그의 내밀한 삶과 예술관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이 책들은 독일의 릴케 전문 문학비평가들이 원전을 새롭게 엮고 해설했다. 책에는 구할 수 없는 유럽의 희귀본 사진집에서 발췌한 프로방스와 이집트 사진들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릴케가 밟아간 사색의 길, 예술의 길을 보다 풍성하게 실감하게 한다. 앞으로 '베네치아 여행'과 '프라하 여행'도 출간해 시리즈를 완성할 계획이다. 디지털문화가 예술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온 오늘날, 지난 세기에 빛나는 족적을 남긴 큰 시인의 삶과 여행을 되돌아보는 일은 더욱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진정한 예술가의 본령은 어떠한 것인지,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문화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반추하게 하는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릴케는 여행을 이 낯선 시간, 낯선 곳의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봤을까. 그의 시 속의 예술적인 영감을 여행을 통해 얻었을까. 릴케에게 빛과 광활함의 땅인 프로방스는 '그냥 보기'를 극복하고 '보는 법을 배운'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 여행을 통해 임종을 앞두기 얼마 전에도 마지막 거처를 프로방스에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랬다. 또 릴케는 이집트여행을 자신의 삶에 있어 일종의 '분수령'이라고 전한다. 즉 고통스런 이전의 삶과 희망에 찬 이후의 삶을 경계짓는 지점이라고 명명한다. 그의 이집트 여행은 기이한 시대의 삶에 지친 한 사람이 자신의 영혼과 나누는 심오한 대화로 보인다. 번역 황승환·정현규. 문학판. 각 1만4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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