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함께한 동무 이오덕·권정생의 30여년간 편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바람처럼 오셨다가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가셨습니다. 일평생 마음놓고 제 투정을 선생님 앞에서 지껄일 수 있었습니다."(권정생) "동화 한편 보내 주시면 상경하는 길에 잡지에 싣게 되도록 하겠습니다. 협회 기관지에는 고료가 없기 때문에 신문이나 다른 잡지에 싣도록 하고 싶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작품을 참으로 귀하고 값있는 것으로 아끼고 싶습니다."(이오덕) 1973년 1월18일 이오덕은 '무명 저고리와 엄마'를 쓴 동화작가 권정생을 찾아갔다. 당시 이오덕은 마흔여덟이었고, 권정생은 서른여섯.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났다. 12살이라는 적잖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평생을 함께하며 편지를 주고받았다. 편지에는 삶과 만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로에게 건네는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가 출간됐다. 이오덕이 돌아가신지 12년, 권정생이 돌아가신지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가운데 일부가 잠시 책으로 나온 적이 있지만 이내 절판되고 말았다. 이오덕의 유족과 권정생의 뜻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지금,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편지는 1973년부터 2002년까지 주고받은 편지, 이오덕이 돌아가시기 전에 권정생을 생각하면서 쓴 시, 이오덕이 돌아가신 뒤 권정생이 이오덕을 생각하면 쓴 글을 실었다. 이오덕은 온 삶을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강아지 똥'과 '몽실 언니'의 작가 권정생은 가난하게 살면서 아프고 가난한 아이들 곁에 있겠다고 했다. 이들의 편지를 보면 사람이 사람을 진정으로 만나고 사랑하는 게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다. 때로는 문학작품을 읽을 때보다 누군가의 삶에 마음이 설레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이오덕과 권정생의 만남에는 따뜻한 위로가 있다. 이오덕이 권정생에게, 권정생이 이오덕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와 위로가 고스란히 우리에게도 전해진다.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가는 따뜻한 아름다움이 이 편지에 있다. 사람이 사람을 진정으로 만나고 사랑하는 게 어떤 것일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이고, 또 귀 기울여 들어 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한 사람을 온전하게 만날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지지 않을까? 평생 동안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야 하는지 자기 자리에서 되돌아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양철북. 1만3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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