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젠다케 재해기념관 야외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지오마르쉐'가 열린다. 매달 넷째 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반짝 열리는 이 장터는 세계지질공원 브랜드를 어떻게 활용하면 주민들의 소득이 올라갈 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사진=시마바라반도 지오파크협의회 제공 시마바라반도 지질공원에선 한 달에 한 번 장이 선다. 매달 넷째 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열리는 '반짝 장터'다. 딱히 정해진 상품도 없다. 직접 재배한 농산물부터 집에서 만든 요리나 소품까지. 장이 서면 주민들은 한 데 모인다. ▶주민 참여로 완성된 지오마르쉐= 운젠다케 재해기념관에서 열리는 이 장터는 '지오마르쉐'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질공원을 뜻하는 지오파크의 '지오'와 '마르쉐(Marche)'가 합쳐진 말이다. 마르쉐는 프랑스어로 시장, 장터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지질공원에서 열리는 장터인 셈인데, '운젠 지오파크'로 불리는 시마바라반도 지질공원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되고 있다. 지오마르쉐가 첫 선을 보인 것은 2012년 5월이었다. 일본 나가사키현 운젠시에서 '제5차 세계지질공원 정기총회 및 심포지엄'이 개최됐던 시기다. 시마바라반도 지오파크협의회가 판을 짰고, 주민들의 참여로 장이 채워졌다. 세계지질공원 브랜드를 어떻게 활용하면 주민들의 소득이 올라갈 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였다. 시작은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시마바라반도 지오파크협의회 사무국의 오오노 마레카즈 박사는 "주민들이 직접 재배하고 만든 것을 판매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지질공원을 자신의 삶과 분리해 생각하던 주민들의 참여도 돋보였다. 2013년 4월부터는 매달 한 번씩 정기적으로 장이 선다. 한 번 장이 열리면 최소 20~30개 점포가 자리를 잡는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판매 상품은 그날그날 달라진다. 계절에 따라 선보이는 농산물이 다른 것처럼 장터의 색깔도 시시각각 변한다. 주민들은 집에서 만든 카레나 빵처럼 먹을거리를 가지고 나오거나 캐릭터 제품을 들고 오기도 한다. 오오노 박사는 "최근에는 고등학생들도 참가해 자신들이 포장지를 직접 디자인한 국수를 판매했다"고 말했다. 지오마르쉐는 지역 축제가 되고 있다. 때때로 다양한 이벤트가 열려 사람들의 발길을 모은다. 여름에는 더위를 날릴 물 대포 대회가 열리고 토마토가 제철인 가을에는 그에 맞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준비되는 식이다. 굳이 무엇을 사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매달 장을 찾는 사람들은 보통 3000~4000명. 운젠 지질공원을 알리는 것은 물론 주민들에겐 지질공원의 활용 가치를 체감하게 한다. 운젠 지질공원 또 다른 볼거리 ‘지오마르쉐’ 주민 소득 창출 공간이자 지역 축제 장으로 트레일 코스·음식 차별화로 관광 발전 꾀해 ▶차별화 된 관광자원= 시마바라반도 지질공원에선 다양한 트레킹 코스를 만날 수 있다. 430만 년 전 화산 분화로 형성된 지역의 지질학적 가치부터 오늘날 주민들의 삶의 방식까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화산이 남긴 재해도 가감 없이 전달된다. '헤이세이 분화' 탐방 코스를 통해서다. 20여 년 전 후겐다케가 분화하면서 발생한 강한 열풍(화쇄난류)으로 불 타 버린 옛 오노코바초등학교와 토석류에 매몰된 11동의 가옥은 그대로 보전돼 화산이 남긴 피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트레킹 코스는 잘 짜인 이야기를 듣는 듯 구성됐다. 모두 5개로 이뤄진 코스는 사람들이 그 속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매듭짓는다. 독특한 지형, 온천·용수 등 화산이 가져온 혜택이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통해 시마바라반도의 가치를 느끼게 한 것이다. 지역의 향토요리도 이러한 이야기를 덧입혀 선보이고 있다. 1792년 1만5000명의 사망자를 낸, 일본 최대의 화산 재해인 시마바라 대변(島原大變)도 재앙에서 자원으로 거듭난다. 시마바라 대변으로 생긴 매립지에서 솟아오른 용천수로 만든 디저트 '간자라시'와 당시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고구마 가루를 우동처럼 반죽해 쪄서 만든 면 요리인 '로쿠베'는 대재해가 가져다 준 특산품으로 소개된다. 지질공원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트레킹 코스, 지역 특산품 등 차별화된 관광자원을 선보이며 주민들의 소득 창출을 꾀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시작되고 있다. 지질공원을 활용한 트레일 코스가 선보였고, 지오테마 숙소인 지오 하우스가 지정되기도 했다. 조만간 지오푸드 업소, 수공예기념품 등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지질공원 운영에 체계화를 이룬 듯하지만 시마바라반도에게는 여전히 큰 과제가 남아있다. 이 안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지역에 대한 이해와 소득과 연계되지 않는 한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교육과 홍보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마바라반도가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제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특별취재팀=강시영·강경민·김지은기자> [인터뷰/지오파크협의회·관광연맹]"주민이해 없이는 지질공원 성공 못해" 사진 왼쪽부터 시마바라반도 관광연맹의 하야시마 마사키 관광부장, 지오파크협의회의 오오노 마레카즈 박사, 히라야마 신이치 사무국장. 강경민기자 오오노 마레카즈 박사의 말에선 시마바라반도 지오파크협의회의 고민이 읽힌다. 시마바라반도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2009년 8월부터 이러한 고민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지질공원으로 등재되면서 지역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지만 정작 주민들은 무관심했다. 지질공원을 보전·활용하려면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는 게 관건이었다. 오오노 박사는 "지금도 매달 한 번씩 지오파크에 대한 내용을 재밌게 구성해 집집마다 지라시(선전지)로 돌린다"며 "운젠이 지질학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을 설명하면서 지역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질공원 사업으로 교육활동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어린 세대들에게 지역의 가치를 깨닫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5년 전부터는 시마바라시 소속 교육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시마바라시 6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지오투어'(지질관광)를 진행하고 있다.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또 다시 화산이 폭발할 위험성이 있는데, 왜 이곳에 살고 있느냐' 하는 거죠. 지오투어는 지역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는 겁니다. 위험한 화산이 맛있는 농산물을 재배하는 땅을 제공해 주고, 온천을 선물한다는 걸 말이죠." 시마바라반도 지오파크협의회의 히라야마 신이치 사무국장이 말했다. 지오파크 가이드는 지질 관광을 활성화하는 자원이 되고 있다. 협의회는 2008년부터 지오파크의 배경과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가이드를 양성 중이다. 시마바라반도 관광연맹의 하야시마 마사키 관광부장은 "현재 주민 30여명이 본업 외에 봉사활동 개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지속적인 홍보 활동과 교육은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오오노 박사는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관광객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를 인식하게 됐다"며 "지오마르쉐처럼 지오파크 브랜드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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