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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25시
[편집국 25시]충격적이었으면
이상민 기자
입력 : 2015. 05.28. 00:00:00
"기사를 쓸 때 '충격적'이란 단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라." 신입 기자 시절 때 한 선배로부터 들은 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당시 선배의 말은 기자 입장에선 취재한 사건을 충격적이라고 여겨도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고, 또 기자가 사건에 대한 느낌과 해석을 독자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기사에서 충격이란 단어를 쓰느냐 마느냐 하는 건 어디까지나 글 쓰기에 대한 논의이지, 사건의 본질에 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누군가에게는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지 모른다. 사건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냐 마느냐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

지난 14일과 21일 경찰이 각기 다른 사건의 수사 결과를 내놨다. 사건은 달랐지만 속 내용은 비슷했다. 개인 업자들이 혈세를 빼돌리고, 공무원들의 관리 감독은 허술한 '전형적인 비리'의 모습이었다.

경찰의 비슷한 수사 결과를 받아 들고 머리가 복잡했다. 일주일 전에 쓴 기사를 그대로 베낀 듯 기계적으로 "공무원의 관리 감독이 허술했다"고 쓰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또 어떻게 생각했을까. 지난해부터 연이어 터지는 비리 사건에 이제는 분노도 무뎌지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세월호 참사 때가 그랬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사고 소식에 누군가는 "이제는 왠만한 큰 사건 아니면 별로 와 닿지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여전히 기사에 '충격'이란 단어를 쓸 수 없다. 사건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느낌과 시각을 존중해야 한다는 선배의 말을 믿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적인 바람은 있다. 제주도나 도민들이 이번 비리사건들에 대해 충격적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암담하다. <이상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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