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아소농업유산=아소지역의 한 밭에 아소가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됐음을 알리는 표시가 놓여 있다. 강경민기자 아소 세계농업유산 사무국 50여개 기관·단체 참여해 기업 힘 보태… 초원 유지 위한 기부금 제도 활성화 직판장으로 소비자와 신뢰 형성… 교육·홍보 활동도 구마모토현 아소시 다이칸보(대관봉·935m)에서 내려다 본 초원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불이 지나간 흔적이었다. 모든 생명을 삼켜버렸을 것 같지만 그 위로 푸릇한 새싹이 돋았다. 아소의 거대한 초원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소의 농업을 가능하게 한 것은 지속적인 초원관리 시스템이다. 사람들은 해마다 2~4월 들불 놓기(노야키)를 시작해 방목, 풀베기를 거치며 농토를 일궜다. 인간의 손에 의해 인위적으로 초원이 유지돼 온 셈이다. 그 속에서 농업은 단단히 뿌리내렸다. 아소는 사계절 내내 기후가 냉랭한 데다 화산성 토양으로 인해 생산성이 낮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방목 과정에서 발생한 소의 배설물과 풀이 거름이 돼 토양을 농업활동에 알맞게 계량했고, 지금은 일본 내에서도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 농업에 의해 계속되는 초원, 아소는 이러한 자원으로 지난 2013년 5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시스템(GIAHS·이하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아소농산물직판장=아소시에 있는 직판장 중 한 곳인 '시키사이(사계채)' 내부. 유산 등재 과정이 한 개인을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조직은 빠르게 짜였다.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그해 11월이었다. 아래로부터의 농업유산을 보전·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은 생각보다 파급효과가 컸다. 민간이 앞장서니 행정 당국도 뒤따랐고 닛산 자동차 주식회사, 히고 은행 등 기업도 후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기부금 제도가 활성화됐다. 아소 농업유산 사무국은 기업과 단체, 개인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모집한다. '아소 초원의 유지와 지속적인 농업'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까지 총 7300만엔(한화 6억5000만원)이 모였다. 기부금은 ▷농림업과 초원을 활용한 축산업의 활성화 ▷농·축·임산물의 부가가치 향상 ▷농업유산 교육·홍보 등을 위한 일에 쓰이고 있다. 아소는 세계농업유산 액션플랜(실행계획)에 따라 초원을 유지하기 위한 시민 참여를 확대한다.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농림업체험을 진행하고, 노야키 철이 되면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초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9~10월에는 전국적인 공모를 통해 아소의 농업유산을 상징하는 로고를 정했다. 아소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가공품 등의 판로를 확대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실제로 세계농업유산 선도국인 일본과 중국 내 다수 지역이 지역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체 로고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지역 농민=아소시에 있는 직판장 중 한 곳인 '시키사이(사계채)'를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지역 주민이 자신이 재배하고 포장한 귤을 보여주고 있다. 농민들은 직판장에 걸리는 상품 홍보물 제작부터 농약 성분 표시까지 도맡아 한다. 직거래의 장점인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판매되지 않은 상품을 거둬가는 것도 농가의 일이다. 상품의 신뢰가 보장되다 보니 구마모토현 시내에서도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발걸음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믿음을 쌓는 것이 지역 농업을 살찌우는 일이라는 생각이 읽힌다. 세계농업유산추진연구회도 아소가 농업유산으로 지정되기 전에 구성됐다. 연구회는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고 심포지엄, 토론회 등을 개최하면서 농업유산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이끌었다. 유산 등재 과정을 주도한 미야모토 켄신(40)씨가 세계농업유산 활용법에 대해 강연하고, 관계 기관과 농민 등이 참여해 '농업유산을 보람 있게 쓰는 법'에 대해서 토론하는 식이다. 유산 등재 이후에도 이러한 교육은 지속되고 있다. 일본아소농업유산모금함=아소시 다이칸보 전망대에 있는 기념품 가게 입구에 설치된 아소초원재생기금 모금 상자. 밭담테마공원은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안도로 인근에 들어선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광객의 접근이 쉬우면서 마을이 관리하기 편하도록 장소 선정 과정에서 주민과의 협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현재 공원 조성을 위한 설계 단계에 있으며 올해 안으로 착공할 계획이다. 또한 공원이 만들어지면 마을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주민들이 농산물 직판장을 운영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 내는가 하는 부분은 과제로 남는다. 밭담 종합계획은 2025년까지 단계별로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32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특별법 개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면서 농업유산의 보전·활용 사업을 지원하는 법적인 토대는 이미 마련됐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중장기 종합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세계농업유산 자격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은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기업과 단체, 개인의 지원을 이끌어 낼 방안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행정 주도로 진행되는 보전·활용 사업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농업유산 연구 모임을 만들어 민간 차원의 관심을 높이고, 기부금 제도를 통해 재원을 확보한 아소의 사례는 제주도의 방향타가 될 듯하다. 특별취재팀=강시영·강경민·김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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