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주 '제주에서 2년만 살고…' 김유경 '제주에서 크는 아이' 눈길 '제주앓이'를 겪는 이들이 늘고 있고 '제주살이'를 꿈꾸는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바람이 시작된 초기에는 '로망'을 불어놓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허상'을 깨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진 책들이 부쩍 많아졌다. 최근 출간된 '제주에서 크는 아이'와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습니다'도 조심스러운 마음을 내비치는 책이다. 두 책 모두 문제를 느끼고 있지만 그 해결책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풀어야함을 알려준다. '제주에서 크는 아이'를 쓴 김유경씨는 제주 토박이. 이 책은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며 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저자가 제주에서 육아와 교육을 고민하는 도시맘들에게 보내는 친절하고도 속 깊은 이야기인 셈이다. 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로 몰려드는 현대판 '맹모'들을 처음에는 시샘 어린 눈으로, 다음에는 호기심 섞인 심정으로 살펴보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제주에서 크는 아이들은 무한한 제주의 자연과 부족함 없는 제주의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다고 전한다. '왜 제주인가'에 대한 저자의 자상한 대답을 따라가다 보면 너무 어린 나이에 경쟁에 내몰리고 속도전으로 내달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제주에서의 행복한 유년이라는 데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외지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제주 교육의 실상과 제주에서의 삶의 조건들도 속깊게 알려준다. 또 제주에서 뚜렷한 생계대책 없이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하는 장밋빛 환상은 버리라고 말한다. 제주 역시 막연한 희망만으로는 살기 힘든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전국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과 적은 일자리를 가진 곳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해 방송인 허수경은 "이 책은 어느 쪽에 놓여 있든 두렵고 막막한 학부모에게 다시 '부모'로 돌아갈 것을 권유한다"며 "제주 바람의 이면을 살펴보는 것, 제주 토박이이자 초등학교 아이들의 글쓰기 선생님인 작가의 발품 덕에 10년을 살아도 다 알 수 없는 제주 바람의 실체와 면면을 발견할 수 있다"고 추천글을 썼다. 도서출판 장천. 1만3000원. 그런가 하면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의 저자 손명주는 도시에서 직장생활 10년을 청산하고 제주에 정착한 지 3년차 된 이주민이다. 야근 금지법이 생기기를 기다렸지만 끝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제주로 이주했다는 그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뒤뜰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딱 2년만 제주에서 살아보자고 '도시녀' 아내를 설득해 제주살이에 나선 저자가 느꼈던 '생생체험담'을 담고 있다. 저자는 '천상 도시녀'인 아내와의 타협 끝에 '제주에서 2년만 살아봐주면 안되겠냐'고 애원했고 결국 그렇게 시골여자가 될 준비를 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게스트하우스. 글이나 쓰는 동안 최소한의 생활비를 조달하며 시골생활의 여유를 누리는데 작은 게스트하우스 하나면 충분하리라는 '착각'은 결국 멋모르는 '도시것'의 오해였다. 하지만 2년째가 되자 우울증이 찾아왔다. 웃음을 잃고 무기력했다. 기계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결국 가식덩어리 장사꾼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건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고 인간적인 삶은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벌써 2년을 넘겼다. 그리고 책에 이렇게 담아냈다. "서로 다른 이유로 제주에 살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안정을 찾은 건 우리 두 사람이 똑같아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똑같은 이유로 제주에서 계속 살아갈 것이다." 큰나무. 1만28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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