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덩어리는 도려내는 게 맞다. 곶자왈을 제주도의 허파라고 한다. 이것은 아마도 아마존강 유역의 열대림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데서 착안한 것일 게다. 최근에는 울창한 숲을 보존하자는 의미를 부각할 때 어디어디의 허파라고 많이 쓰고 있다. 허파란 순우리말로 숨주머니라고도 하고, 섶이라고도 한다. 양서류 이상의 척추동물에게 있는 호흡기관의 하나다. 한자어 폐(肺)로 흔히 쓰인다. 허파가 하는 일 중 제일은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사실 생태계에서는 산소나 이산화탄소나 모두 중요하다. 다만 인간의 시각으로 산소가 우선 중요해 보일 뿐이다. 어쨌거나 허파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다. 이와 같이 곶자왈도 제주도의 생태계에서 꼭 필요한 존재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하는 허파에 이상이 생겼다. 마치 사람의 허파에 생기는 폐암과 같이. 폐암은 방치하면 목과 가슴의 림프절로 전이되고,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허파를 둘러싼 늑막과 간·부신·뼈까지 전이가 된다고 한다. 만약에 이와 같은 폐암을 치료하지 않는다면 9개월 정도면 사망에 이른다니 무서운 병이다. 제주도의 허파 곶자왈에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했다. 병원체는 선충의 일종으로 수분통로를 막아 나무를 죽게 만든다. 그런데 이 선충을 이 나무, 저 나무로 확산시키는 매개충이 있는데 그게 솔수염하늘소 종류들이다. 그리고 솔수염하늘소들은 이렇게 해서 죽어가거나 이미 죽은 나무에 산란을 함으로서 더욱 번식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방제의 핵심은 솔수염하늘소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죽은 나무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방제과정에서 곶자왈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방제작업을 막는 일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이 주장의 핵심은 지금처럼 소나무재선충병을 방제하기 위해서는 작업로가 필수적인데, 그 과정에서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곶자왈의 소나무재선충병은 마치 폐암과 같아서 방제를 서두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데 또 다른 고민이 있는 것이다. 곶자왈은 약 110㎢ 정도다. 그 중 곰솔림은 곶자왈의 7.1% 정도인 약 7.8㎢이다. 이것은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릴 수 있는 제주도내 소나무숲과 곰솔숲 전체 면적 162.8㎢의 4.8% 정도이다. 곶자왈 생태계를 위해서는 이 정도쯤은 그냥 놔두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이곳에서 제주도 전체 생태계로 지속적으로 번지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곶자왈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폐암치료에서 가장 확실하다는 수술적 치료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수술을 하는 목적은 당연히 환자를 살리려는 것이다. 수술과정에서는 살을 찢기는 극심한 고통과 함께 다량의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수술을 한 후엔 장기간의 회복기가 필요하다. 물론 예방차원의 나무주사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다 나은 방법을 찾는 연구도 해야겠다. 그러나 지금은 급한 대로 이러한 방법으로라도 방제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곶자왈 생태계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만큼 방제방법도 당연히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래도 곶자왈이 제주도의 일부이지 제주도가 곶자왈의 일부는 아니다. 지혜를 모아 보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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