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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人터뷰]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김병현 할아버지
80평생 삶은 구두쇠… 기부는 큰 손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15. 07.10. 00:00:00

김병현 할아버지는 "내 고향에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에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경민기자

7년간 저축으로 모은 1억원 마을발전기금 '선뜻'
"여력이 되면 조금 더 마을을 위해 기부하고 싶어"

"무일푼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다보니 악착같이 살 수밖에 없었지. 점심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고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면서 일만 했지. 그래서 지금의 재산을 일궜어. 7년전,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치료를 받던중 뭔가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 그때부터 조금씩 돈을 저축했고 마을발전기금으로 내놓게 됐지. 당시 생사의 갈림길에서 뭔가 내 이름이 남는 일을 하고 싶더라고."

팔순이 넘은 나이에 7년동안 모은 1억원을 마을발전기금으로 선뜻 내놓으면서 나눔을 실천한 김병현(82) 할아버지가 기금 쾌척의 이유를 얘기했다.

8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서 만난 김 할아버지는 요즘도 새벽 5시30분이면 축사에 먹이를 주기 위해 낡은 경운기에 시동을 건다. 예전에는 100마리 넘게 소를 길렀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면서 3년전 70마리를 고비로 점차 마릿수를 줄이고 있다. 이날도 애지중지 자식처럼 키운 소 11마리를 팔았다고 했다. 현재 키우는 소는 15마리에 불과하다. 1억원은 소 30마리를 키워 팔아야 얻을 수 있는 큰 액수로 할아버지가 전한 마을사랑은 더욱 크기만 하다.

동네에서는 '구두쇠'로 유명하다. 할아버지는 소와 말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40년 전부터 경운기로 집과 축사를 오가고 있다. 현재 경운기는 2002년에 구입했다고 했다. 축사까지 15분 거리. 하지만 매일 할아버지가 만나는 소들은 가축이 아닌 자식과 같은 존재로 애틋하다. 지난 40년을 소와 지내며 희노애락을 함께 했으니 눈만봐도 소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마을사람들이 '구두쇠'라고 해. 그렇게 살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야. 어느 누군들 돈이 아깝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야. 가족들 모르게 1억원을 내고 나서 집사람(고원열·82)한테 말하니까 잘했다고 하더라고. 자식들(4남2녀)도 아직 내가 한 일을 몰라. 80평생을 살고 있는 내 고향에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 뿐이야. 앞으로도 여력이 되면 조금 더 마을을 위해 기부하고 싶어."

할아버지는 20일전 노루 방지망을 치다 손가락이 절단돼 봉합수술을 받았다. 그래도 하루를 쉬지않고 새벽부터 일과를 이어가고 있다. 천성인 그 부지런함과 선한 마음이 잔잔한 전율을 남긴다.

고정식 송당리 이장은 "그 분이 며칠전 병원에서 불러서 갔더니 결심을 이야기 했고 8일 송당리사무소를 찾아 돈을 기탁했다"며 "마을회 임원들과 의논해서 그 분의 생각하는데 어긋나지 않도록 보람있는 일에 기금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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