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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111) 소원비는 마을 송당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5. 07.17. 00:00:00

반나절 동안 오름 4개를 오르고 내리면서 소원나무에 소원도 적어서 걸어보는 재미까지 쏠쏠한 '소원비는 마을, 송당' 답사길이 열렸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걸으면서 소원도 비는 에코힐링의 길
‘본향당+오름’ 활용 답사길 조성
오전 내내 오르고 내리는 재미
제주의 신화 궁금한 이들 속속


제주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모진 바람과 거센 파도에 맞서 싸우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인간의 힘으로는 모든 자연재해를 감내할 수 없었기에 신에게 의지하곤 했다. 마을마다 1~2개씩, 많게는 그 이상 남아 있는 당에서 그런 민간신앙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 당에 신이 자리 잡아 주민들의 행복과 불행, 즉 모든 일을 관장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에 모여 마을의 평안을 기원했으며,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당을 찾아 빌고 또 빌었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는 제주의 당 중에서도 원조인 송당본향당이 남아 있다. 이곳에 에코와 힐링 개념을 붙이고, 이야기를 더하니 '소원비는 마을, 송당'이 탄생했다.

지난 4일 송당리에서 '소원비는 마을, 송당' 열림마당 행사가 개최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메르스 사태로 관광객이 급감한 시점이었던데다 평소 조용한 중산간 마을에 약 800여명의 방문객이 한꺼번에 몰렸으니 성황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오름과 들판을 갖춘 천혜의 자연환경과 송당본향당이라는 제주의 태생적 신화를 결합한 마을체험 관광상품을 직접 느끼기 위해 찾아든 사람들이었다.

제주관광공사는 주민 주도의 지역밀착형 관광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올해부터 송당리 마을 주민들과 마을관광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송당리는 제주문형문화재 제5호인 금백조신당 당굿이 계승되고 있는 마을이다. 이 당 안에는 오래된 소나무가 자리 잡아 다른 마을 사람들이 큰 소나무가 있는 집이라며 '송당'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특히 송당리에는 공식적으로 18개의 오름이 있어 마을 주민들은 오름의 본고장이라 자부한다. 제주관광공사와 송당 주민들은 이러한 점들에 착안해 다른 마을과 가장 차별화될 수 있는 마을의 상징이 바로 제주당굿 본향당이라는 문화상징과 오름이라고 판단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활용해 마을관광 활성화 컨셉을 '소원비는 마을, 송당'으로 정했다. 그리고 송당리에서만 가능한 마을 답사길을 조성했다.

송당마을 답사길은 2시간 내외의 짧은 탐방로와 3시간 30분 안팎의 긴 탐방로로 구성됐다. 짧은 길(6㎞)은 송당리사무소→당오름→괭이모루→당오름→본향당 소원나무→마을길→석상 소원나무→마을길→송당리사무소 코스로 이뤄졌다. 긴 길(9.8㎞)은 송당리사무소→당오름→괭이모루→당오름→본향당 소원나무→마을길→석상 소원나무→소리듣는 길→안돌오름→밧돌오름→마을길→송당리사무소로 되돌아오면 된다.

이 길처럼 중산간마을을 관통하면서도 반나절 만에 4개의 오름을 오르고 내릴 수 있는 탐방로도 흔치 않다. 더구나 이 답사길은 본향당과 탐방코스 곳곳에서 소원을 적어 걸어둘 수 있게 한 소원나무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남다르다. 송당리에 오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체험하고 마을 곳곳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소원비는 마을, 송당'에 가면 소원을 안 빌 수 없다. 개인의 안녕이든 인류의 평화가 됐든 무작정 빌게 만들어준다. 걷고 빌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자연을 통한 치유, '에코힐링'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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