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제주의 속살을 따뜻한 그림책에 담다
작가 조지욱·김동성의 '느영나영 제주'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입력 : 2015. 07.31. 00:00:00
어린이 위한 생생 체험 다큐멘터리 표방

제주의 속살을 실감나는 다큐로 담아낸 그림책 '느영나영 제주'가 나왔다.

이 책은 관광지 제주가 아닌 사람 사는 제주의 속살을 느껴 볼 수 있는 '생생 체험 다큐 그림책'을 표방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우민이와 보리는 저지 오름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아 떠난다. 고산 포구에서 저지 오름까지 가는 길에는 신기한 것도 많고, 재미난 일도 많이 벌어진다. 뭍에서 온 보리는 섬나라 제주에 오면 바다와 해녀 구경만 할 줄 알았는데, 생전 처음 보는 것들로 가득해 놀랄 뿐이다. 우민이와 보리의 눈으로 바라본 제주의 아름다움은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고산포구 입구에 내걸린 오징어, 물질을 마치고 돌아오는 해녀들의 자연스러운 차림, 밭담을 두고 펼쳐진 색색의 밭 풍경 모두 감탄사를 자아낸다. 일상에서 제주 풍경을 가장 익숙하게 접하는 사진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신창 바닷가에서 바람개비처럼 생긴 풍력 발전기를, 고산 포구에선 물질을 마친 해녀와 빨래처럼 널린 한치를, 당산봉 아래에서는 신석기 시대 유적지를, 목장을 찾아 천연기념물인 조랑말을, 아홉굿마을에서 돌로 만든 돼지를, 의자공원에선 천 개나 되는 의자를 발견한다. 마을을 지나면서 유채밭, 보리밭, 귤밭, 마늘밭, 무밭에서 일하는 마을 사람들과 마음을 나눈다.

글을 담당한 조지욱 작가는 부천의 고등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치고 있다. '색깔 찾아 서울 가자!',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나라 지도 여행', '우리 땅 기차 여행' 등 땅을 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을 다수 집필했다. 조 작가는 "여러 차례 답사를 통해 제주의 모습을 잘 전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서 썼다. 우리가 알고 있는 관광지 제주보다는 사람 사는 제주를 보여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빼어난 연출과 구성력을 소유하고 매혹적인 동양적 미감을 선사하는 김동성 화가는 아름다운 제주 풍경을 그리기 위해 직접 길을 걷고, 20m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가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그림책을 보고 있으면 전시회를 찾은 포근한 느낌을 준다. 아이들에게 눈에 보이는 제주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제주를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누구든 이 책을 덮으면 고산 포구부터 저지오름까지 한 걸음 걷고, 두 걸음 느끼고, 세 걸음 맛보면서 제주 마을 곳곳에 숨어 있는 멋진 보물들을 찾아내고 싶어질지 모른다. 나는별출판. 1만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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