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아기자기하고 어여쁜 풀꽃의 이름이 너무 엉뚱하고 저속해 놀랐던 적이 많다. 우리 풀꽃 중에는 큰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갈고리, 좀개갓냉이 같은 불쾌하고 저속한 이름이 많다. 왜 이런 것일까. 이 이름들은 일본 말을 무책임하게 번역한 결과이지만 이를 아는 이들도 많지 않다. 심지어 번역조차 엉터리인 것이 많다. 광복70주년, 하지만 아직도 우리 풀꽃은 창씨개명된 일본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셈이다.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이윤옥 한일어울림연구소장이 쓴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을 들여다보면 내용이 실로 충격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개불알'은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라는 마키노 도미타로가 일제 때 붙인 일본명 '이누노후구리'(犬陰囊, 말 그대로 개 불알)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5월쯤 시골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며느리밑씻개'라는 풀은 작은 가시들이 촘촘히 나 있는데, 일본명 '마마코노시리누구이'를 옮긴 것이란다. 우리 풀꽃 이름엔 '섬'이 많이 들어 있는데, 섬초롱꽃과 섬장대·섬바디·섬기린초 등은 모두 울릉도가 원산이다. 그걸 알 수 있는 건 학명에 '다케시마'(takesima)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케시마는 곧 죽도(竹島)다. 바로 일본이 오늘날 제 땅이라고 주장하는 독도에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이들 풀은 독도가 아니라 울릉도산이다. 따라서 당시까지 일본 사람들에게 다케시마는 울릉도였고, 독도는 몰랐거나 관심 밖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독도가 원래 일본 땅이었다는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예전에 금강초롱에 붙였던 화방초(花房草)라는 이름은 침략자 하나부사(花房) 요시모토 공사를, 사내초(寺內草)는 규장각 고문서들을 무더기로 빼내간 조선문화 말살 선봉장 데라우치(寺內) 마사타케 총독(제3대)을 기리는 작명이었으며, 이토 히로부미가 사랑했다는 남산제비꽃은 통감제비꽃으로 불렸다. 제주왕벚나무는 제주에 자생하는 특산종이지만 왕벚나무의 학명에는 우리나라 학자가 아닌 일본 학자 마쓰무라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인물사사상사. 1만4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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