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춘화씨는 "배움이란 게 죽을 때까지 배우고 배워도 다 못 배우지만, 적어도 내 남은 인생 동안만이라도 배움을 실천하며 열심히 살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강봄기자 "배움을 실천으로 살아가는 예비대학생 강춘화입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2살때 부산으로 건너왔다. 7살이 지나서부터는 맨발로 나물과 해산물을 채취해 팔면서 안 가본 부산시장이 없을 정도였다. 14살이 됐을 때 제주도로 오게 됐다. 또래들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니는 모습이 부러워 그 학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도록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공부는 고사하고 또 다시 고생이 시작됐다. 제주와 부산을 오가며 계란, 전복, 소라, 해삼, 마늘, 감귤 등 닥치는 대로 장사를 했다. 남의 집 식모살이에, 농사일에, 어린 시절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였다. 고무슬리퍼를 사기라도 하면 아까워서 벗어놓고 일할 정도였다. 주변 사람들이 '맨발사장'이라고 불렀다. 지난 10일 서귀포시평생학습관에서 열린 '2015 평생학습 우수사례발표 사전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에 선정된 강춘화(71·여)씨. "지금까지 고생한 게 전생에 죄가 많아서 이승에 와서도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거라 생각했어." 60여 년 동안 마음이 울적하고 서럽고 답답할 때가 부지기수였다. 동갑내기 남편은 50살 때부터 방광암, 비뇨기암 등의 투병생활도 모자라 지금은 후두암 판정을 받은 상태다. 초등학교도 가보지 못한 채 '맨발사장'으로 불리며 발품 초·중·고졸 검정고시 후 대학생활 눈앞 "배움엔 끝 없어" 그러던 중 3년 전 쯤 지인으로부터 '오석학교'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다. 글도 배우고 여러 가지 배울 게 많고 재미있다는 말이었다. "이 나이에 배워서 무엇 하나 하다가 차츰 궁금하기도 하고 배워볼까 하고 오석학교에 다니게 됐어." 낮엔 밭일을, 저녁엔 학교로 달려갔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열심히 다녔다. 밭일은 물론 학교도 거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정말 열심히' 수업을 받았다. 그 결과 나이 70에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큰 용기를 얻게 된 계기가 됐다. 이듬해인 작년에는 중졸 검정고시에, 올해 8월에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잇따라 검정고시를 마친 그녀는 대학 진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원서를 넣었다. 오늘(16일) 면접을 앞두고 있다. 오석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생활에 대비해 영어를 비롯해 컴퓨터, 스마트폰을 배우러 계속해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왜 사회복지과냐고? 글도 제대로 모르는 우리 또래 할아버지·할머니들에게 배움을 가르쳐주고 싶었어. 젊은 세대들에게는 내 삶의 경험을 가르쳐주고 싶었고." "앞으로 젊은 학생들과 대학생활을 한다는 게 힘들 것이라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또 다른 배움에 빠져든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 배움이란 게 죽을 때까지 배우고 배워도 다 못 배우지만, 적어도 내 남은 인생 동안만이라도 배움을 실천하며 열심히 살아가려고 해." 이렇게 말하면서도 밭일에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면접 보는 날 인부들 밥 챙겨줘야 하는데…." 이상 배움을 실천으로 살아가는 71세 예비대학생 강춘화씨의 얘기였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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