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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 껍데기는 가라
편집부 기자 seawon@ihalla.com
입력 : 2015. 10.21. 00:00:00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새삼 신동욱의 시구가 가슴을 치는 이유는 뭘까? 우리 교육 현장에 넘치는 이념 껍데기들 때문이다. 이념이란 얼마나 숭고한 말인가! 유치환의 '이념의 푯대'라든지 홍익인간의 대한민국 건국이념, 교육이념 등등 이념은 우리 이상향이요, 어머니와 같은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념이란 갈등과 대립의 상징인 정치적, 사상적 용어가 되어버렸다. 이념(理念)의 사전적 의미는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관념'이지만 개인의 생각이나 사회집단의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절대적 가치로 볼 때는 심각해진다. 실 예로 한국 근현대사에서는 이념 때문에 우리가 겪었던 아픔이 얼마나 컸던가? 해방 직후 좌우대립과 6·25, 특히 제주의 4·3은 이념이 뿌린 피와 폭력으로 얼룩진, 아직도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세월 따라 아물어가는 듯하더니 서구 좌파 지식인들의 사상놀음에 80년대 이후엔 현대판 이념갈등으로 속앓이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희망으로 부풀어야 할 교육 현장도 30년 이상 갈등으로 얼룩진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더 심각하다. 그 정점엔 좌우 이념이 서릿발처럼 맞서 있다. 정치권, 사회단체, 역사학계 할 것 없이 나서서 두 진영으로 나뉘어 옳으니 그르니, 싸움닭을 보는 듯 서늘하다. 교육이 정치에 오염된 지 오래다. 정치적 중립은 말 뿐이다.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학생을 위한…? 교육을 볼모로 진영논쟁 벌여선 안 된다. 우든 좌든 이념을 주입하는 건 일종의 세뇌교육이요, 인권유린이다. 무슨 권리로 학생들을 제가 추종하는 이념의 시녀로 만드는가? 인격체로 존중해주어야 할 학생들이 제 소유물인가? 교육은 정치적 해결이 아니라 교육 본질적 접근이 필요하다. 온 국민이 교육 내부문제에 이렇게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는가? 썩은 부분 드러내고 바로 잡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 생각된다.

'교육의 본연을 찾아서(정범모외/나남출판)'는 주로 입시개혁을 다루고 있지만 교육철학이나 교육관, 이념 문제 등 교육의 본질적 해답이 다 들어 있다. 교육정책 입안자나 교육자라면 교육의 길잡이로 필독서다.

이제 이념논란의 원천인 실증사학이냐, 민중사관이냐는 학자들 몫으로 제쳐두자. 정부와 교육계는 검정이냐 국정이냐, 지엽적이고 편 가르기 문제를 넘어 역사교육 본질 방안을 강구할 때가 되었다. 즉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다만 교사가 이념 편향 없이 교육자적 양심을 전제로 하며 또한 우리 현실에 맞도록 설계한 실험 적용연구의 선행과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

교육과정(curriculum)이란 교육목표, 교육내용, 방법, 평가지침까지 규정해 놓은 법적문서로 교사는 이를 근거로 가르쳐야 한다.

교과서는 단지 교육과정 내용을 담은 또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이다. 물론 많은 국가가 교과서를 펴내지만 프랑스는 교육과정만 제시하고 교과서를 만들지 않고도 질 높은 수업을 운영한다. 우리는 교과서만 공부하면 되는 줄 안다. 교과서가 금과옥조인양 주입식으로 이어지고 이념논란을 일으킨다. 교과서 채택과 관련한 각종 참고서, 부교재 시장의 폐해도 심각하다. 그러면 교육비 부담 줄이고, 입시 개선할 수 있다. 비로소 제대로 가는 한국교육,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이경주 서귀포시민책읽기위원장·전 초등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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