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친목 모임에서 만나 이번주에 결혼하는 이병록(오른쪽)·고영아 예비 부부. 강희만기자 일에 대한 호기심으로 제주 찾아 이번주 제주여자와 결혼도 앞둬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 있었던 이직의 순간, 왜 가지 않았는지 물었다. 단번에 돌아온 대답. "굳이 올라가는 고생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아무래도 제주보다 육지에 회사가 많긴 했지만 여기서 내 일자리를 구해보자고 생각했죠." 육지로 올라가는 것을 기회가 아닌 고생으로 표현한 그는 이번 주말 제주 여자와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이병록(29)씨다. 그의 제주 생활은 일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시작됐다. 제주의 사회초년생들이 일을 찾아 육지로 향할 때 그는 제주를 찾았다. 경기도에서 조경학과를 나온 그의 눈에 제주에 내려가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 구인광고가 들어왔다. '제주에 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그는 작년 7월 제주로 왔다.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제주는 따뜻한 남쪽나라 임이 확연히 느껴졌다. 가로수부터 육지와 사뭇 달랐다. 4년간 수목을 공부한 그였지만 제주엔 가로수조차 처음보는 나무들이 많았다. 그때부터 한달간 제주서 자라고 가꾸는 나무만 공부했다고 했다. 역시나 그 과정마저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새로운 일도 재미있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삶에 일이 전부일 수는 없는 법이다. 친구들이 그리울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 씨는 "가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기서 만난 친구들도 많아 그리울 틈이 없다"고 했다. 결국 그가 제주에 잘 적응하고 계속 살아가기로 한 이유의 끝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섬이라는 특성상 제주에서 선후배를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내려오기 전 SNS 친목 모임에 가입했다. 제주에서 즐겁게 살아보자고 만들어진 이 모임에서 예비신부 고영아(31)씨도 만났다. "처음 봤을 때부터 같이 있으면 그냥 좋고 일을 마치면 모임에 가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이씨. 그렇게 거의 한 달을 매일 만나다보니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이 됐다. 제주는 연인들에게 최고의 데이트 장소였다. 어디를 가기 위해 시간을 길에 버리지 않아도 됐다. 나들이가 곧 일이 돼 버리는 것이 서울 생활. 하지만 제주에서는 조금 걸으면 바다가 나왔고 차를 타고 조금 가면 오름 위에서 억새와 별을 즐길 수 있었다. 육지에서 당연하지 않은 것이 이곳 제주에선 당연하게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었다. 웨딩촬영도 데이트를 하며 봐두었던 곳을 찾거나 가고 싶었던 곳을 데이트겸 찾아 촬영했다. 웨딩앨범은 앞으로 1년간 데이트하듯 여유롭게 만들어 갈 예정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예비신부와 함께한 그의 모습에서 몇 년 뒤 시골에서 아이들과 흙 밟으며 오손도손 살아가는 그가 보이는 듯 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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