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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 행동하는 양심
편집부 기자 seawon@ihalla.com
입력 : 2015. 12.23. 00:00:00
'내부 고발'은 조직구성원이 조직 내부의 비리나 불법행위·부당행위 등을 대외적으로 폭로하여, 공동체의 안전과 권익을 도모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윤리적이며 공익적인 행위라 할 수 있다. 내부 고발자의 비리 폭로에 대해 조직은 예외 없이 방어적·보복적 대응을 하므로 국가 등 사회 전체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고발행위를 보호하기 위해 각국은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수많은 부패와 비리들이 '내부고발'을 통해 밝혀졌다. 불법사찰 폭로사건, 부재자투표 비리사건, 부실시공, 사학재단이나 민간기업 내부의 비리 등이 모두 '내부 고발'을 통해서 밝혀졌다. 공지영 작가의'도가니'의 배경이 됐던 광주인화학교의 성폭행 사건도 교사 전응섭 씨의 신고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대표적인 내부 고발 사건이다.

집단과 조직, 더 나아가 사회의 암(癌)적인 부분들을 도려내기 위해서 '내부 고발'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내부 고발'은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연고주의는 내부 고발을 막을뿐더러, 내부 고발자가 생기면 테두리 바깥으로 내쫒아버린다. 내부 고발자는 '배신자'라는 주홍글씨와 같은 낙인을 새기고 사회에서 철저하게 매장당하게 된다.

내부 고발자들의 70% 이상이 고발에 따른 '보복'을 당했다며 보호를 신청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감봉, 전보 조치, 재계약 취소, 파면 등 직접적인 보복도 겁이 나지만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일 것이다. 그야말로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다.

최근 덕성여대 미대 시간강사는 같은 학과 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교내 성폭력대책위원회에 신고했다. 하지만 시간강사는 내부고발을 한 직후 덕성여대 강단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본인을 모함하는 시선에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조금도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진실을 밝히고자 행한 용감한 일로 그는 일생의 꿈을 져버려야 했다.

우리는 진실에 열광한다. 비리 사건을 파헤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실을 알려주는 '정의(正義)'를 동경하며 끊임없이 또 다른 진실을 알고자한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자 하면서도 그 사건이 나와 관련되지 않길 바라는 정의에 대한 이중잣대는 한 겨울의 추위보다 차다.

사람들이 처음부터 이중잣대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정과 불의를 바로 잡고자 하다가도 '괜히 나섰다가 나만 피해 보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방관자가 되는 것이다. 정의를 동경하는 동시에 방관자가 되는 이유는 계속해서 사회에 속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의 해결책은 내부 고발자의 신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안전한 체계를 잡는 것이다. 현재도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제정돼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제3장 공익신고자등의 보호에서는 공익신고 시 인적사항의 기재 생략 등을 규정하고, 공익신고자등의 비밀보장 의무가 있다. 하지만 신변보호조치가 있으나 의무조항이 아니어서 실제로 이행되었는가에 관해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관찰자 입장이라면 내부 고발이 정의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관계자 입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옳은 이야기를 하면 아웃사이더가 되어 버리는 우리 사회의 차디찬 민낯은 언제쯤 달라질 수 있을까. 이 글을 읽는 이들이 '행동하는 양심'을 지지해주길 바래본다. <강유나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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