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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삶 같은 영화를 찍었던…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15. 12.25. 00:00:00
● 영화평론가 한창호의 '여배우들'


"가장 적은 제작비로 돈을 버는 방법은 여배우의 옷을 벗기는 것이다."

이 말은 요즘 영화계에서도 여전히 공공연히 흥행공식으로 통용된다. 실제로 워너브러더스 같은 세계적인 영화사들은 설립 초기 여배우의 관능에 기댄 B급 영화들을 쏟아내며 메이저 영화자본의 밑거름을 마련할 수 있었다.

대중이 여배우들의 연기보다는 그들의 관능과 추문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의 말처럼 대중의 시선은 하나의 권력으로 작동했고, 여배우들은 세상이 원하는 시선에 맞춰 자신의 이미지를 연기해야만 했다. 예컨대 메릴린 먼로는 자신의 '페르소나'(persona·가면)로 굳어진 '금발 백치' 연기를 반복해야 했다.

먼로가 그렇게도 하기 싫어했다던 백치 연기는 남성들은 물론 많은 여성까지도 원했던 모습. 저자는 이를 '타자의 자리'라고 이름 붙였다. 타자의 자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대변할 수 없는 지점이다.

신간 '여배우들'은 메릴린 먼로, 잉그리드 버그먼, 비비언 리, 오드리 헵번 등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전설적인 여배우들에 관한 자서전이다.

이들 여배우는 한결같이 '영화 같은 삶'을 살았고, 또 그것을 작품에 투영해 '삶 같은 영화'를 찍었다.

저자인 영화평론가 한창호는 이들 여배우가 이런 삶을 통해 영화사에 빛나는 필모그래피(filmography)를 남길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또 영화가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매김하고 세상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중예술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배우라는 매력적인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대중은 배우로서 그들의 연기를 평가하는데 인색했고, 배우로서의 여배우들의 정체성은 희석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여배우들의 삶과 영화에서 한 발 더 들어가 그들의 정체성을 조명했다. 세상의 오해와 편견에 맞선 여배우들의 자기고백을 대변하는 책이다. 한창호 지음. 어바웃어북. 1만8천원. 336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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